다나네 집

런던에서는 무슨 일이? / 다나에비 페북에서

해선녀 2012. 8. 3. 01:25

 

대체 런던에서 뭔 일이 있었길래 또 이리 난리지? 여기선 경기를 볼 방법이 없으니 난 판단불가. 근데 올림픽, 월드컵 때마다, 아니 하다 못해 매일 프로야구에서도 우리 스포츠팬들은 심판이 신이어야만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너무나 완벽한 판정을 요구할 때가 너무 많긴 하다. 사실 판 전체를 놓고 보면 유독 우리나라에만, 혹은 우리 야구팀에만 불리하게 판정한다는 수치적 근거도 없을텐데 우리는 종종 '그냥' 우리 편이 억울한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고 만다. 거기에 더불어 소위 말하는 한국인의 냄비근성이 붙은 불에 기름을 붓고 만다. 아무 근거없이 만들어낸 그들만의 어거지논리로 심판과 주최측에 맹렬히 살기 가득한 상욕을 하고, 그리고 그 일로 인해 이득을 본 국가가 있고 모든 게 처음부터 조작이라는 소설을 써대며 근거도 매너도 없는 맹목적 비난에 열을 낸다.

경기를 봤다면 나도 지금쯤 저런 ㅆㅂㄹㅁ하면서 흥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아직 보지 못한 사람으로서 평정심을 유지한채로 우리의 평소 관전문화와 태도를 비추어 보면 우리가 너무 쉽게 흥분하지는 않나 하는 우려가 든다는 것이다.

조준호 유도 경기 볼 수 있는 방법 아시는 분 소개 좀 부탁해요 ㅋ

 나도 같이 흥분하고 욕 좀 해보게 ㅋㅋㅋ ·

 

선배:

생방은 justin.tv나 ionair.tv에서 봐. 나도 뭐 보진 못했는데 경기 끝나고 결과를 바꿔 버리는.건 정말 말이 안되지. 야구 경기 끝났는데 '아까 그 공 스트라이크였던. 거 같애.'하면서 3:0으로 이긴 경기가 0:3으로 진 거라고 해버리면 화가 안날 수가 없지. 상식선에서의 실수가 아닌거 같아 이번 수영과 유도는.

  •  

    알려주셔서 감사 ㅋ 근데 경기 끝나고 판정번복한 건 박태환 건도 마찬가지 아녔나요?

  • _경기종료후 출발부정을 잡아낸 건 이상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경기후 정정으로 다시 오심을 인정한거니 이 경우에 대해서는 경기후 정정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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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후배:

      오빠 이번에 유도랑 펜싱 보면 그렇게 말하기 힘드실 거에요.. 유효한 포인트 줘야 할 때 계속 안 주고 수영은 레인 착각했다 소리 나오고.. 상식적으로 이해갈 수준을 넘어섰으니 억울해하는 거죠.

       

      거기다가 수영 400미터는 예선 끝나고 회복훈련하고 쉬어야 되는데 이의제기하는 동안 400미터 결선 준비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고 다음날 있을 200미터 준비했다죠. 판정 바꾸는 동안 선수 멘탈은요? 번복이 됐다 해도 부정확한 판정으로 선수에게 명백한 영향을 줬는데.. 것도 국제대회에서 정확한 판정을 바라는 게 이상한 건가요..;;

       

      선배: 

      너의 원글은 심판은 신이 아니기때문에 실수가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오심이 나온 경우 나중에 수정해도 된다는 거잖아. 그러면 유도의 경우는 그냥 경기 잘 진행되도록 진행요원만 있으면 되고 매트에 있는 세 사람의 심판은 필요가 없지. 세명 중 둘이 인정해야 점수가 되는데 이 사람들이 전혀 필요가 없이 경기 끝나고 계산하고 말야. 축구에서 오심있었다고 나중에 경기 결과를 바꾸는 일이 있다면 한국 4강은 있지도 못할걸.

       

      _아뇨, 저는 오심이 나온 경우 수정이 괜찮다고 한 적은 없지요. 다만 형님이 경기 끝나고 결과를 바꿔버리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하셨는데 박태환의 경우는 다시 결선으로 진출하게 한 판정번복도 결국 경기 끝나고 결과를 바꾼 건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뜻으로 한 말이었죠. 아시다시피 거의 모든 국민들이 경기후 번복을 요구했고 결국 박태환 선수측의 공식적인 번복요청을 통해 경기후에 결과가 두 번이나 뒤집힌 경우 아닙니까. 오히려 오심에 대한 저의 입장은 경기 후 번복과 같은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완벽할 수는 없어도 최대한으로 정확한 판정이 선행된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듯이 저도 오심 또한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죠. 물론 첨단과학기술의 도입으로 거의 모든 종목의 판정이 애매한 부분들 - 예를 들면, 테니스의 라인크로스 여부, 야구의 스트라이크/볼, 아웃/세이프, 농구의 3초룰 등 - 을 그리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공정하고 깔끔하게 판정해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는 언제나 신이 아닌 사람의 능력에 의해 승부를 겨루는 인간의 영역이라는 철학, 즉 심판의 인간적인 실수 마저도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하는 경기라는 점을 중요시해왔기 때문에 거의 모든 운동경기에서는 심판의 권한을 중시하고 첨단장비의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죠.

    •  

       중요한 점은요. 저는 지금 썩어빠진 부정비리를 저지른 심판이 누군지 밝혀져 있다면 그 심판의 판정까지도 존중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그런 일이 밝혀진다면 물론 모든 관련자를 발본색원하여 엄벌에 처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예방과 교육을 철저히 해야겠죠. 하지만 처음부터 제가 지적한 요지는, 왜 우리는 항상 아직 밝혀지지도 않은 일들을 사실로 만들어버리고 부당한 비난과 욕설을 퍼붓냐는 것입니다. 더 웃기는 점은 그 대상이 단지 오판을 내린 심판이나 경기운영과 직접 연관된 사람들에 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죠. 범죄사건에 비유하자면 아직 용의선상에 올라와 있다고도 볼 수 없는 중국인 전체, 영국인 전체, 심지어는 유럽백인들 전체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 걸 봤습니다. 물론 이것은 이번 올림픽에만 국한된 얘기 아니고 말이죠.

    •  

      그런 한국인의 습성을 네 글자로 줄여서 '냄비근성'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요?

    •  

        _그 오심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될 수준을 넘어섰는지 아닌지는 유도나 펜싱에 대한 배점체계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게임을 본다해도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네. 그리고 박태환의 레인을 착각해서 탈락을 시켰다는 것은 심판진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이었나? 혹시 그냥 루머 아니야? 판정시비 동안 박태환이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었는지 아니면 더 독기를 품고 결선에서 좋은 영향을 미쳐서 은메달을 딸 수 있었던 건지는 전혀 알 수 없고 입증할 방법도 없지만, 어쨌든 오심이 없었다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결선을 준비할 수 있었다는 점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나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흥분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올림픽에서 오심이 자꾸만 나온다면 심판의 질적향상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를 고민해야 할 것이고, IOC에서 우리나라의 말이 씨가 안 먹히는 것이 문제라면, 본질적으로 무엇 때문에 스포츠 앞에 200여 전세계 국가가 평등하지 못한지를 찾아내 그 문제를 없애야 할 것이지, 상대방 선수 fb에 들어가 욕설이나 퍼붓고 앉아서 될 일이 아니잖아.

    •  

      _댓글을 쓰고나서 지금 또 네이버에 뜬 신아람 판정사건을 접했다. 다른 종목들도 비슷하지만, 펜싱은 유독 유럽의 텃세가 심한 종목으로 알고 있다. 분명 올림픽에는 겉으로 내세우는 스포츠를 통한 세계 화합이라는 슬로건과는 정반대로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텃세가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다. 대부분의 종목들이 유럽인들이 잘 하던 것들이고 그들의 우위를 다른 인종에 빼앗기고 싶지 않은 그들의 욕심 때문에 부정한 일들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도 우리가 강한 종목들, 태권도, 양궁, 쇼트트랙 등의 규정이나 관례들이 우리에게 혹시나 불리하게 바뀐다면 기분이 나쁘겠지. 실제로도 어떻게든 지켜내려 해왔다. 이래저래 스포츠는 순수하게 스포츠 정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모든 비판은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하자.

     후배:

     박태환 레인이야기는 링크기사가 있었어요. 선수 fb에 찾아가서 욕하는 건 저도 싫은데요, (그 뻔뻔함은 싫지만) 오빠가 해야할 일이라고 제안한 일들을 텔레비전이랑 인터넷으로 스포츠 경기를 보는 대중들이 다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드네요. 모두가 논문을 쓸 수도 없는 것이고, 대중 이전에 실무자들이 제대로 고민해야 할 일이죠. 그런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뭐하나요.. 선수단장이라는 사람은 그저 자리보전하려고, 시끄러운 일 안 만들려고 정당한 항의도 안 하고 심판 판정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그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하는 게 생산적이라는 건 알지만, 소통구조까지 관중 다수가 바꿔버리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그리고 이번 심판들과 우리나라 협회 대응은 정말 저질이었어요. 거기에 분노하고 비난하는 것까지 냄비근성으로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_

    _선수단장이라는 사람이 원래 맡은 역할은 무엇이며 이번 사태에 그 사람이 뭔 짓을 했는지, 진짜로 자기 자리 보전하려고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어. 그렇지만 네 말대로 협회 대응이 정말 저질이었다 치자. 거기에 분노하고 악플로써 비난하는 게 그들을 바뀌게 만들까, 아니면 잘못된 점들을 요목조목 따져서 여론을 형성하고 합리적인 제안을 하는 게 더 나을까. 어느 것이 효과적일까? 어느 것이 신사적일까? 물론 전자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고 후자는 개인이 모여 다수가 여론을 형성해야 가능한 일이긴 해.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지. 그런데 사실, 프로야구 보면서 "돌중일이가 투수를 왜 안 바꿨냐", "이승엽이 홈런 때리면 뭐 하냐 영양가가 없는데!" 하는 말은 개나 소나 초딩이나 유딩이나 할 수 있는 어린 애 응석 같은 소리이다. 물론 그런 응석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 단 나 같으면 다른 사람들 듣는 앞에서 하지는 않을 거야. 쪽팔려서라도. 그게 곧 말 하는 이의 인격을 깎아먹는 거잖아. 우리 편이 에러를 저지르면 그 에러마저도 즐기면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건 무리수인가? 우리 팀에 대한 엄마 같은 마음 말야. 엄마에게는 우리 아기가 코 파는 모습도 예뻐 보이는 거잖아. 진정으로 스포츠를 사랑하고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마음으로 문제의식을 가진 관중이라면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겠지. 사실 대중에게 그렇게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나 통찰력을 겸비한 문제의식 따위는 바라지도 않아. 그냥 난 대중으로 인해 다른 누군가에게는 영웅인 스포츠 스타가 아무 이유도 없이 한 순간에 ㄱㅅㄲ가 되어 버리고 또 그 선수가 3할-30홈런-100타점 정도는 해줘야 언제 그랬냐는 듯 두 손 치켜세워 주는 꼬락서니가 보기 싫을 뿐이야.

     

    후배:

  • 미국과 한국의 환경차이인지, 아니면 오빠와 제가 자주 가는 인터넷 사이트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저도 오빠가 어떤 악플을 봤는지 몰라서.. 선수 FB에 악플 다는 행위는 안 봐도 누구나 부끄러워할 거에요. 실제로도 그렇구요. 그리고 한국에도 석연찮게 져서 오심 아닌가 의심하면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실력이 뛰어나서 졌다고 정정해주고 인정하는 네티즌들도 있어요. 규칙까지 좔좔 꿰지 않아도 경기의 흐름 정도는 읽을 줄 아는 일반인도 많아요. 이들의 활동이 대형 포털이나 트윗, FB보다 소수 커뮤니티에 집중되어 있어서 관심 없는 사람 아니면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긴 합니다만. (온라인 소통의 태생적 한계도 있구요.. 아무리 열심히 말해도 100퍼센트 전달되기 힘들어 오해가 생기기 쉽지요) 저도 악플이나 어그로는 매우 경멸하지만, 그게 우리나라에만 특정할 일인지는 매우 의심스럽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 모습으로 한국인 전체의 냄비근성을 판단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모든 인터넷에 디씨인사이드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 디씨에도 글 논리적으로 잘 쓰는 분들 많아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요즘 한국 상황 보면요.. 아무리 합리적으로 요목조목 따져서 부탁하고 별짓 다 해도 워낙 위에 있는 사람들이 배째라 버티니 울분 터트리는 사람도 많답니다. ;; 아주 작은 공감대라도 얻고 싶은 간절함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다시 말하지만 악플과 무조건적 비난은 나빠요. 하지만 선수협회가 정당한 이의제기 한 번 없이 심판 판정은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고 드립치면 , 그걸 합리적이라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항 사람은 별로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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