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이는 못속이는 것인가 보다. 석 달 전, 내가 태오네 갈 때만 해도 몰랏지만, 이번에 돌아 오는 길은 확실히 좀 힘이 들었다. 앞뒤로 세 시간쯤의 짧은 비행은 그런대로 여행을 즐길 만도 하였지만,미국내 중간 기착지 달라스에서 태평양을 건너는 열 세 시간 반 동안이 어찌나 온몸이 불편하고 잠도 안오는지 좌불안석이었다. 거의 내내 기내등을 전부 꺼놓아서, 이 깜깜눈으로는 좀 왔다리 갔다리는 아예 엄두도 못내었고, 좌석 옆에서만 잠시 서 잇기는 햇지만, 그것도 곧 피곤해져서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그 긴장 때문인가, 화장실 가고 싶은 적은 한 번도 없었게 그래도 다행이지...ㅎ
이번에도, 장애자 도우미 신청을 햇지만, 그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에 좀더 신경이 쓰였다 역시, 내 눈이 저번보다 더 나빠져서 문제가 더 느껴진 것이리라. 비행기를 갈아 타는 동안에 먼저 안내하던 스테프가 항공사 카운터의 직원에게 나를 확인시켜 주고 떠나고, 다음에 온 스테프는 그 직원에게 나를 인게 받으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것이다. 전엔 내가 먼저 다가가서 도움을 요청하니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 것이었다. 지금도 그게 아직은 가능하지만,어떻게 되어 가는지도 잘 모르겟으면서 어리버리 다가가는 일이 쉽지는 않다. 눈이 영 더 안보여, 카운타가 어딘지, 누가 나를 데리러 왔는지도 모르게 되었을 땐 어떻게 되겟는가? 다음부터는, 반드시, 나를 카운타 직원에게 인게해 달라고 부탁하고, 그 직원이 다음 스테프에게 나를 확실하게 인게해 주는 고리가 되도록 부탁해야겟다. 참, 화장실 위치도 미리 안내 받아 놔야지...내가 묻지 않아도 그것까지 잘 챙겨 주는 사람이 잇기도 하더만, 역시, 세상 모든 일의 담당자들 중에는, 프로도 잇고 시로도도 잇다...ㅎ
그래도, 이번엔 재미잇는 일이 잇었다. 전엔, 그냥 도우미의 팔을 붙들고 걸어 가도 되었지만, 이번엔 좀 피곤도 하여 휠체어를 사양하지 않앗더니, 달라스에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타는 전동카까지 타게 되었다. 마침, 나와 비슷한 또래의 세 은발의 백인 여인들이 디즈니 랜드의 관광기차라도 탄 어린 친구들처럼 신이 났다. 각자의 게이트에서 하나씩 내리기 전까지의 그 짧은 운행 동안에도, 자신의 가족 이야기와 여행 이야기를 하며 즐거이 담소한다. 나만 동양인이니,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잇는 중인가를 묻기도 하였지만, 이사 중에허리가 좀 안좋아졌다는 둥, 다리에 부츠를 좀 했다는 둥, 바지가랭이를 들추어 보여 줘 가며, 각자의 사연도 털어 놓기 바쁘고, 오랜 친구 사이처럼 깔깔 웃어대며 이야기를 나눈다. 전동차를 끄는 사람도 한 칠십쯤은 되어 보이는, 데도, 밝은 웃음과 농담으로 우리의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정말, 미국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나이든 사람들이 참 많다. 우리 같으면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점원이나 웨이트리스 같은 일도 5육십대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경우도 많고, 우리 같으면, 꽃다운 아가시가 아니면 꿈도 꾸기 어려운 스튜어디스도 사오십대가 흔히 보인다. 마지막, JAL에서 생전 처음 보는 일도 있었다. 한 오십대 아줌마스튜어디스가 갑자기, '당신, 그렇게 사람을 쳐다 보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하면 나에게 제대로 대하는 게 아니잖아요?'라고 좀 높은 소리로 하는 말이 들려왔다. 나는 어두워서 사람을 똑바로 못보고 비스듬히 상대를 느끼면서만 말하기 일쑤였는데, 혹시 나에게 하는 말인가,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설마, 서로 상냥한 분위기를 잃지 않았으니 뭐, 그럴 리가 있을까 하고 있자니, 나중엔 더 큰 목소리로, '당신(들), 그러면 안돼요. 내가 하는 말을 영 듣지를 앉잖아요. '라고 하는 게 아닌가? 곧바로 내게 다가 왓길래, '지금, 나한테 하신 말씀인가요?' 하고 물으니, '아니, 저 중국여인들 말이에요. 그들에게는 등지고 나를 향한 상태에서 '저 사람들, 음식도 바닥에 잔뜩 흘려 놓고 치워 주어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저렇게 시끄럽게 떠들고...아주 형편없는 매너들이에요...'라고 한다.
'그랬군요...그 참, 안됏네요...'라고 하였지만, 한 편으로는 조금 놀랏다. 유난히, 그녀들이 떠들어서 주위를 좀 불편하게 한다 싶었지만, 그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그랬다고 해서, 저렇게, 스튜어디스가 손님을 나무라다니? , 그녀는 내가 충분히 동의를 해 주지 않는다는 느낌이엇는지, 식식거리며 저리로 가버린다. 가까이에서 보니 나이는 들었지만, 예쁘장한 얼굴이 마치, 친구들 사이에 고자질하다가 돌아서는 소녀 같기도 하다...ㅎ그래, 이 사람들은 한국에서처럼, '손님은 왕이다'라고 해서, 손님이 아무리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해도, 아뭇 소리도 못하고 꿀꺽 삼키고 무조건 잘 해주라는 교육은 받지 않는 모양인가? 잠시 생각해 보니, 그도 그럴 것도 같다. 항상 봉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되, 부당한 일이 있으면, 너무 참지만 말고 할 말을 제대로 하라고 교육을 받을 지도 모르겟다.아니, 그런 교육은 받을 것도 없이 이 사회의 당연한 상식이 아니던가? 하긴, 정도 문제겟지만,
어쨋든, 그게 저들이 늘상 말하는 '여긴 자유의 나라다'의 슬로건에 맞지 않는가 싶다. 친절도, 봉사도,좋지만, 어떤 경우에도, 인간적인 상식 위에서 자신의 행복을 너무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할 것이다. 그녀들의 무레한 소란을 견디며,꼭 우리 한국사람들이 어디 우루루 관광 가서 저렇게 떠들고 다니는 모습 같아서 부끄럽기도 했다. 아무리, 영어를 몰라서 그녀의 말귀를 못알아 들었다고 해도, 그건 핑게가 안되는 상황이었다. 아마, 스튜어디스를 쳐다 보지도 않으면서 저들끼리, '이 여자 왜 이래? 지가 뭔데? ' 이런 말을 주고 받은 것이나 아닌가 싶다....ㅎ
지친 몸을 그대로 휠체어에 담고 인천공항에 내리니, 벌써, 분위기가 아주 젊다. JAL의 도우미로 나온 젊은 청년은 아주 산뜻한 제복에 매너가 역시 깍듯하다. 이 사람은 얼마나 많은 경쟁을 뚫고, 비교적 하급직에 속할 것 같은 이 일을 하게 되었을까? 아마,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교육도 받고 그래도 귀하게 얻은 자리를 막하 성실하게 수행해서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갖은 정성을 다하고 잇을 것이다.
며칠 전, 태오네서 들은 대담방송에서, 사우스 다코다 대학의 한국에 관한 심포지엄에 나왔던 어느 발표자가 한 말이 생각난다. 한국에 아홉 번이나 다녀 왔다는 그녀는, 한국은 자원이라고는 거의 없는 작은 나라지만, 세상 어디를 가도 가장 자랑스럽고 놀라운 자원이 있으니, 그게 바로 저 열심히 도전하고 노력하는 인적 자원이다' 경쟁심이 치열하고 언뜻 살벌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더욱 빠르게 성장도 하였을 뿐 아니라, 근래엔 바로 그 유수한 인적 자원이 무엇이 더 진정한 발전인가에 대한 사회전반적인 성찰의 분위기도 이끌어 가고 있다'고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러고 보면, 인터넷누리꾼들의 빠른 지적 대화도 그 한 몫을 차지할 것 같다.
그러나, 경쟁심도 그렇지만, 자신과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더 깊은성찰. 이것이 하루 아침에 될 일은 아닐 것이다. 작은 예에 불과하지만, 저 '손님은 왕이다'라는 슬로건 때문에, 더럽고 치사해도 참고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의 사고만 해도 그렇다. 그 역시,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 오랜 스트레스의 역사는 대를 이어 온 하나의 문화가 아니던가?'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도 있지만, 그 스트레스가 결국, 다 어디로 가겠는가? 나이가 들어서도 일할 수 잇는 고용의 여건이야, 그 경쟁력으로 이루어낸 경제성장으로 자연히 따라올 수도 있겟지만,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으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면서도, 자신의 행복이 곧 사회의 행복이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은 그리 단순하게 따라 오지 않을지도 모릊다. 하긴, 공자도 '배가 불러야 예를 안다'고 했다지만, 글쎄, 배가 부르다고 예를 다 알까? 요즘 번드르한 중국 부자들이 휩쓸고 다닌다는 명동의 가게들에 한 번 가서 살펴 볼 일이다...ㅎ
여기까지 썻다가 다시 한숨 잤다. 그저께 강추위 속에 자정 넘어서야 집으로 오니, 보일러가 잘 돌지 않아서 야밤에 막내 동생까지 쫓아와서 손을 본다고 보앗으나, 밤새도록 잠을 설쳤었다. 그래도 오어제는, 하와이로 떠나는 다나도 마지마그로 보고 싶고, 급한 볼일도 보느라고 종일 나갓다가 돌아와서 초저녁에 골아 떨어졌다너댓시간 자고 나니, 몸이 다시 개운해지고, 어젯밤에는 그런대로 보일러도 잘 돌고 방이 따뜻해져서 한밤중에, 짐보따리를 정리하면서, 건강식이라고 사 온 너트와 블루 베리를 먹음년서 커피까지 마시며 이 글을 썼으니, 이 무슨 무원칙인가? 시차 때문이라고 하기엔 나도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야밥 도깨비짓에 더 편안한 사람이다.
태오 에비는 그 동안, 서울의 처가에서 보살핌을 받으면서 병원과 재활원을 다니며 마지막엔 2,3주 동안이지만 국선도 운동도 조금 맛보고 버밀리언으로 돌아왔다. 딱 이틀, 서로 얼굴만 보고 바톤 터치한 셈이지만, 이젠 겉으로는 그다지 표가 나지 않을 만큼 멀쩡하고 걸음도 성큼 성큼 잘 걷는다. 이제 6개월 정도,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재활원과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다가 8월말, 로체스터로 돌아갈 에정이다. 이제 내일이면 처음으로 가족이 함께 만나 하와이 유학생활을 시작할 다나네도 앞으로 어떤 어려움을 또 헤쳐 나가야 하게 될지 모르지만, 나는 너무 걱정만 하지 않기로 한다. 두 아이들이 모두 여건이 다 갖춰진 것도, 안갖춰진 것도 아니지만, 다만,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나가려고 노력하면서 나름대로 여유를 즐길 줄도 안다는 것에 나는 마음이 놓인다.
내일은 아버님 제삿날이다.용인에 사는 두 시누이들과 대구의 시누네도 용인 큰댁으로 올 것이다. 형님도 이제 며느리를 보앗으니, 나는이제 처음으로, 음식을 마련하지 않고 달랑 작은 제수비 봉투 하나에, 과일상자나 하나 택시에 싣고 갈 것이다. 눈이 잘 보이지 않으니, 누군가더러 아파트 아래로 나를 데리러 내려 오라고 부탁해야겟지. 모든 게 변해 가지만, 이제 정말 혼자 살게 된 내가 누구보다도 더큰 생활방식의 변화를 일으킬 것 같다. 무슨 큰 기대도 큰걱정도 없지만, 작은 행복에 만족할 줄비는 되어 있다.
참, 어제 아침 비몽사몽 간에, 복지관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 학기부터는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오신 샘이 플륫을 가르치게 되엇으니 등록할 거냐고. 물론이죠...나는 어린아이처럼 기쁘다. 개인렛슨은 이제 안받아도 될 것 같다. 복지관에서도 일주일에 삼십분씩, 한 사람씩 가르쳐 준다니, 얼마나 고마운가? 다른 수업들도, 마치, 구슬들을 한웅큼 쥔 아이처럼 들여다 보며, 내 마음에 반작이며 가볍고 산뜻한 빛을 던져 주는 것들로만 고르르리라.
세뱃돈 10불과 하프 생일 축하선물로 10불을 주엇더니, '나는 정말, 부자다...'라고 환호작약하던 태오가 생각난다. 녀석, 이제 할머니 가고 나면 이 방, 너 혼자 스는 게 어때? 준오와 놀고 싶을 땐 언제든지 나가 놀면 되고, 니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집중해서 할 수 있잖니? 그러고 싶지만, 아직 혼자서는 무서워서 못있을 것 같아요...'태오, 태오...' 다정히 부르며 형을 영웅처럼 따르다가도끝없는 장난 끝에 싸우기도 잘 하고경쟁도 하고 협조도 너무 잘 하는 준오만 형 없으면 못살 녀석이 아니다..ㅎ 그만 쓰고, 다나한테 전화해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목소리라도 한 번 더 듣고, 언니를 만나서 볼일을 봐야겠다. 미나리 화백의 인사동 전시회 가자는 미루은 못따라 나서지만, 내게도 아직 끝없는 볼일들이 남았다는 것도 한 행복이라 생각해야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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