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귀가

해선녀 2011. 1. 1. 19:13

28일 저녁 늦게야,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호가 뉴욕의 로체스터 병원에서 이 곳 사우스 다코다의 버밀리언 집으로 돌아 왔다.  시카고에 서세 시간이나  연발한 비행기에 잘못된 휠 체어  써비스에, 고생을 많이 해서 더 그런지,  현관에서  거실의 소파에 가서 안는 데까지 겨우 몊 니터를 기다시피하며 들어 오는 모습에 너무 기가 찼다.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연방, 아이들을 껴안고 뽀뽀하며 엄마를 부르며  선물을 내밀며 ...가족 재상봉의 기쁨에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런데, 소파에 누운 모습이 제대로 내 눈에 들어 오고 나서 보니, 그래도, 재활센터로 옮긴 후에 식사를 아주 잘 하였다더니, 정말배 r가 다시 나올 정도로 살이 지고 안색은 여전히 훤하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를 별로 찾지도 않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아빠를 안고 안기고 난리도 아니다. 일단, 안심이다  역시, 세상의 가장 큰 행복의 원천은 가족이 아니겠는가...저녁 내내 재회의 기쁨을 온식구가 만끽하였다. 

 

아침에 눈을 뜨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휠 체어와 보조기를 대여해 주는 회사의 여직원이다. 길고 상세한 사용법 설명을 듣고 조금 움직여 보는 모습이 위태롭다. 겨우 몇 발짝 걸으면 되는 식탁 앞에 오는 일도 힘겨워 보인다. 걱정 마세요. 시간이 좀 걸리겟지만, 이게 다 회복이 가능한그런 종류래요. 스트로크 중에도 그런 종류라니까...어차피, 우리는 모두 뇌세포의 2 퍼센트밖에 사용을 안하고  사는데,, 이번에 손상이 온 부분의 기능을 다른 부분이 차차로 대신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해요.. 제일 걱정되는 건 지금  눈의 촛점이 잘 안맞는 문제인데, 이건 더 두고 보아야 한다네요. 3개월에서 6개월 사이, 회복이 안되면 수술을 할 지도 모른답니다..지금 오른쪽 팔다리의 큰 근육들이 힘이 없고 외팔의 감각이 없고 입속의 오른쪽 감각도 없어서 맛을 잘 못느끼는 문제, 이런 것들은 다   두어 달 있으면 다 좋아질 거라고 하고..... 혈전용해지제의 조절 때문에, 이 곳의 병원에 일주일에 두 번씩 가서 피검사를 하는 것 외에는 따로 재활치료가 필요치 않을 것 같아요...둘은  다 매우 낙권적으로만 말한다.

 

그러나, 팔다리 힘 없는 건 운동하면 나아진다고 쳐도, 몸의 오른쪽 전체가 힘이 없는데다가, 시선의 촛점도 그래야 더 잘 맞는다며 두 눈을 수직에 가깝게 두려고 머리를 자꾸만 오른쪽으로 기울이는 모습이  특히 걱정깝다. 저러다가 영 잘못되는 건 아닐까? 눈에 관한 한, 하도 많은 사람들이 대수롭지도 않은 사고로 실명된 경우들을 많이 보아 와서인지 나는 저으기 불안해진다..  스티븐 호킹까지 연상되는 건 나의 과민 탓일까?  어젯밤 꿈에는 내가 어느 개울가에 놓아 두었던 핸드백을 깜박 잊고 가려다가 되돌아 와 보니, 그 사이에 핸드백 속의 물건들이 하나도 없어져 버린 꿈을 꾸었는데, 그것까지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쩌겠는가? 눈의 상태를 지켜 보아야 한다니...부분적인 재활 훈련으로 그것들 돕는 방범이 따로 없다면, 그저, 몸전체의 건강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눈도 정상으로 돌아 오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거기에는 무엇보다도, 정상적인 일반활동이 그러려면,   노력하고 일상생활의 관리와  섭생에 신경을 써야 하리라....

 

..아침식사 후,  에미는 목화장실에서 그 동안 길어진 머리를 가위로 잘라 주고 목욕을 시켜 주고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도와 준다. 언제까지 저렇게 도와야 하는 것일까? 크지도 않은 체구 가느다란 몸으로 이미 다시 뚱뚱해져 보이는  남편이 혹시 넘어질까봐 옆에서 버텨 주고 있는 며늘을 바라보기가 애처럽다.  둥이서 병원에 갔다 온 후, 점심을 맛있게 먹는다. 쇠고기무우국, 닭고기감자 볶음, 로스구이, 고추장아찌,...그런데, 이게 웬 일?    혈용해지제의 효과를 떨어트리는 비타민 K가 많이 들어 있는 푸른 야채들을  먹지 말라고 했단다.  그잖아도 육식만 주로 하는 식습관이 피를 흐리게 해 온 것이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채식을 좀 많이 하게 할 요량이었는데, 이건 거꾸로다. 하긴, 저 혈전 용해제를 쓰고 있는 동안이라니 좀 지나면 식단이 달라져도 되겠 하면서도 그러다가 언제 저 식습관을 고칠까, 마음이 안놓인다. 이 집 식구들은 아예, 다 채식을 안해서 아이들도 상추삼 외에는 그린을 입에도 안대고 있고, 아무도 이 할미의 권유에 쉽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오후에 , 스트로크가 오기 바로 전에 있었던 연주들을 녹화해 둔 것을 보았다. 하나는 사우스 다코다주의 전체 교등학교에서 오디션을 통해 뽑은 올스테이트 음악회...합창단이 천 명에,백이십명의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야외 대공연...처음의 미국국가 연주에서부터 마지막에 부부가 허그하는 모습까지 주 전지역에 공중파를 타고 나갓다. 또 하나는바로 그 뒤를 이은 이스트만 스쿨  대연주회장의 공연...지도교수의 장모상으로 갑자기 대신 맡게 된  그 공연을 끝낸 이튿날 아침에 그 스트로크가 온 것이엇다...두 공연은 모두 매우 잘 되어서 많은 칭송을 받았다지만, 그것 때문에 하루종일 쫄쫄 굶다시피 하며  너무 무리를 한 것이 가장 가까운 원인이었다.....

 

저녁 식사 후, 보조기를 붙들고  걷기연습을 하던데 깜짝 놀랐다. 아침까지도 오른발을 떼어 놓기가 힘들어서몇 발짝 걷지도 못하던 사람이 보조기를 밀면서 느린 걸음이지만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오른발 왼발을 바꿔 가며 걷는 것이다.  아, 이게 웬일이지? 바라 보는사람이나 걷는 사람이나 모두 믿을 수가 없느 빠른 속도다. 거, 참, 오랫만에 식구들을  만나니 엔돌핀이 팍팍 돌아서 생기가 솟은  것인가?.매일, 조금씩 더 운동량을 늘여가려므나...그게, 업엔 다운이 좀은 있겟지만, 꾸준히 연습하면 빨리 좋아질 것 같다.


어제 귀가  3일째,  며칠 전에 아이들을 데려다가 한나절 함께 놀게 해줬던 성우네가 김치전골을 한 솥 끌혀서 왔다. 그 동안 에미 혼자 허둥거리며 힘들어 할 때 여러가지로 잘 도와 준 친구네라며 병문안차 온다고 하였지만 저녁준비를 이 쪽에서 하려고 했던 것인데 또 메인 디쉬를 가져 왔으니   너무 고맙다. 그 날, 아이들을 데리러 왔을 때에도 목사님 사모님이 보냈다면서 김치 한 통과 고추 장아찌를 보내 왔었는데...에미 이야기가 여러 교우들이 모두 너무 잘 해주시어 늘 신세를 지는 편이란다. 글쎄...이 쪽에서도 나름대로 무엇인가를 돕는 게 잇어야 하겠지...하면서도 은근히, 그럼, 내가 교회에도 안나가면 다들 섭섭해 하겠네...부담이 되어 온다...ㅎ

 

오늘은 2010년의 마지막 날, 밖에는 하얀 눈이 1인치는 되게 쌓이고 영하의 기온이다. 둘이서 아침 일찍 병원에 다녀 오고는  종일, 식구들이 함께 모여  영화를 보고 Wii 게임기를 가지고  논다. 나는 화면이 잘 보이지도 않아서 누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즐겁게 웃고 떠드는 모습들이 마냥 보기 좋기만 하다.  오후엔, 케잌을 굽고 메주콩을 갈아서 만든 비지찌개로 저녁식사 를 한 후엔 내일 아침에 먹을 만두를 빚어 놓았다.  모든 일은 에미가 다 하고 나는 옆에서 그저 쉬운 일만 거들려는 형국인데도 자꾸만, 어머니, 놔 두세요. 제가 다 할게요...이런다...  저는 무슨 입신양명할 재질도 못되고,,  밖에 나가서 일하지 않아도 되기만 하면 집안일만 하면서 살면 제일 좋겠어요..그래도, 자기 일이 있는 게 좋은 거 않겟니? 뭐, 대단한 일도 아니거든요..정말이예요...간혹, 그런 소리를 해도 그냥 하는 소리겠거니 했는데,  음악은 좋아해서가 아니라 어쩌다 보니 하게 된 것이고 집안일이 제일 좋단다. 글쎄...이런 시골에서 별볼일 없는 아이들 가르치는 별볼일 없는 선생으로 자신을 규정해 놓고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한들, 그래도, 그 일이 나중엔 더 좋아지지 않을지? 예원중고를 거쳐, 한국에선 그래도 제일 좋다는 음악학교를 나온 재원이 여기 미국에서도 한다하는 학교에서 박사를 했는데도 자신의 일에 대해 왜 자부심이 없겠는가? 학교일과 연주에 매일 시달리다가  며칠 간의 브레이크 동안 집안일만 하면서 지내 보니 마음이 편해져서 또 그러는 것일 테지.....

 

 태오 준오까지 안 자고 있다가, 타임즈 스케어의 재야축제를 보고서야  해피 뉴 이어 인사를 하며 잠자러 들어 갓다. 너희 식구들 모두 건강하고 화목하여라...내방으로 들어 와서 뒷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보니 눈은 그쳤고 차소리 하나 없는 정적 속에서 저 멀리 가로등만 깜박거린다.개라지에 내어 놓은 만두는 꽁꽁 얼고 있을 것이다...나는 내일 아침, 교회에 함께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아직 결론을 못내리고 잠자리로 든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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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우신 벗님들,

거긴 벌써, 신정 하고도 저녁 시간이네요...

답글도 못올리면서, 진작 인사도 못드리고...죄송해요...

어수선하지만, 이 글로 신년맞이 보고서를 대신합니다..

모쪼록, 모두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 맞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