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교회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ㅎㅎ

해선녀 2011. 1. 5. 19:53

1월 2일, 일요일, 식구들 모두 교회에 가고 나만 혼자 남았다.  어머니, 교회에 가시려면 지금 준비해야 되는데요...그래...나도 많이 생각하고 잇었는데, 아무래도 아직은 내켜지지가 않네...계단이 잇거나 하면 내가 버벅거릴 텐데,에비도 저렇고  네가 아이들도 건사하랴, 신경써야 할 일이 많은데,나까지 가면  아직 좀  무리다 싶다...사람들이 인사를 해도 내가 잘 알아 보지 못하고 그러면 미안하잖아....사람들, 그런 거 신경스지 않아요...글쎄다. 그래도, 내가 미안해지니까 그렇지...그러시면, 어머니 하고 싶으신대로 하세요...에비도 그런다. 좋으실대로 하시라고...사실은, 내가 저번에 교회 안나갔다는 말을 들었는지, 에비가 온 날, 엄마도 교회에 같이 나가자고 말을 햇었다. 아무 대답을 안했지만,둘이 다 이러니, 또 다시 권하면 그냥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웃옷만 입으면 되게 준비는 하고 잇었던 터였다.  혹시, 내가 안가면 얘들이 더 신경쓸까도 싶었고....

 

.그제야, 마음이 좀 가벼워져서 나는 변명을 조금 더 보탰다. .그래, 가더라도 좀더 잇다가 가든지 하자.. 지금은 내가 에비를 붙들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태오를 붙들고 다닐  수도 없으니...난, 이제 낯선 데는 누구를 붙들지 않고 걷기가 아무래도 좀 불안하거든....그런데, 내가 다 말하지 못한 것은,  내가 눈이 잘 안보인다는 건, 이미 교회 사람들도 대충 알고 있는 모양이기는 하지만,  내가 혼자서 버벅거리는 것도 싫고.,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장소가 아닌 곳에서 괜히 안할 실수도 하게 되는 것도 싫고, 사람들이  야단스럽게  다가와서친절을 보이는 것도 나를 더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다 고맙기는 그하지만, 내가 얼마나 어떻게 안보이는지를 알 도리가 없는 사람들은 무조건 너무  법썩을 떨다가도 정작,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또 제때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하여 참 낭패스러울 때가 잇다.

미국에서 교회에 가는 일은 반드시 신앙심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한인들이 가장 쉽게 만나고 교류하는 기회가 되므로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기도 하다.   예전에 젊었던 시절에는 공부하랴, 일하랴, 너무 바빠서 주말에는 캠핑 가기를 좋아하는 그의 성향대로 틈만 나면 야외로 나갔지, 교회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당시 유학생들은 특별히 신앙심이 있는 사람들 외에는 대개 그랬다. 한인교회를 둘러 싼 교민들의 갈등 대한 나쁜 소문도 간간히 들려 왔고...그러다가, 오하이오의 신시내티에  안식년을 왔을 땐, 그야말로 안식년 말 그대로 그가 교민들과 골프도 같이 하며 어울리다 보니, 교회 사람들과  친해져서 부부가 함께 교회생에 나가게 되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영어 예배반이나  성경공부반에도 참석하고  심방예배도 오가고 했었다. 우리 부부 결혼 기념일은 성가대 대원과 교회임원들을 거한 중국집 디너파티에 초대하기까지  하면서, 당시 심각했던 목사와 그를 지지하는 개혁퐈 임원들과 오랜 터주 보수파 임원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해 보려고 애썼던 기억도 난다. 우리가 귀국한 후, 결국, 그  패기  넘치던 목사는 재산을 많이 헌납한 터주 임원들의 독점적인 지배로부터 교회운영권을  독립시키는 일에 실패하고 밀려나고 말았다지만....신시내티에만 해도,그런 식으로 서로 갈등하다가 나눠진 교회를 비롯해서 일곱 개나 되는 한인교회가 난립하고 있었다.....

교회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이런 문제만이 아니다.  나는 이제, 어떤 일에 대해서든지, 그것을 내가 얼마나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고 내 태도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내 눈의 상태가 이제 내가 하고 싶은 모든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하는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많은 경우, 그 동안 내가 진실로 원하는 일은 우선 제쳐 두고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또는 원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런 일에 스스로 더 골몰하였던  생활방식을 뒤돌아 보게 하고 이제는 더 이상 오지랍 넓게, 또는 주제넙게 나서고 나대는 일을 그만 두게 한다. 그렇다고,그것이 예전의 나를 지금 와서 후회하거나  부끄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아니다.  삶의 순간마다 내가 첳한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그러니까,  지금 나는 이 교회에 가는 일이 내 저 불편함 이전에,  진실로 내가 지금 원하는 일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은...

눈의악조건에다가 팔까지 다쳤다는 것은 한편으는 내가 모든 일에 저렇게 자중하게도 하지만, 귀찮은 일을 피하는 핑계가 되어 주기도 한다그렇다고,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에게느 그 핑계를 대고 말 수는 있어도, 나 자신에게는 내내 그럴 수가 없다.  내가 가진 조건을 무시하고  무작정 원하는대로 무엇이든 옛날처럼 다 해낼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느리고 더디더라도,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라면 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것이다.   이번 태오네로 오는 여정도 그랬다. 마무리해야 할 여러가지 일들도 있었고, 언제 어디로 올 것인가를 두고 양쪽의 온갖 고려를 하다 보니, 정작  비행기 연결 시간표가  영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여기 저기  묻고 또 물어 가며 헤매고 다니면서 그마치 사평역 같은 간이역 대합실 한 구석에 앉아 졸기도 하다가,  느릿 느릿 사람구경하며 우동도 한 그릇, 커피도 한 잔 ....하는 식으로 여유있게 즐길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에 나는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졋다. 다행히, 장애인 써비스를 적절하게 받을 수 있어서 더욱 더 편안여행이 되었지만... 야야, 내가 있는 게 시간뿐인데, 그게 내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노? 예전의, 대구  칠성시장에서  고춧가루니, 톰박이니 참기름이니,풍성귀까지 잔뜩 사서 머리에 이고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로 오시던 엄마가 하시던 말이 이제 내 말이 되었다.

시간의 문제 뿐만 아니라, 사람 간의 오해로 인해 생기는 불편에 대해서도 나는 미련하게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이 체질화되어 가고 있다. 예전엔, 그  당장에  오해를 푸는 일에 너무 골몰하여  열심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나뿐이엇는데,  지금은 저 나를 내려다 보는 또 다른 내가 하나 더  중천의 달처럼 그 머리 위에 떠 있다. 아무리 말로 설명하고 이해시킨다고 해도 사람은 다 제 생긴대로 이해하고  그나마 그것을 또 제생긴대로 변주해 나간다는 것을 너무 잘 알게 되어서일까?  아예, 설명을 포기하거나, 하더라도 그 결과를 믿지 않고 그 과정에나 충실할 뿐이다. 말하자면,  결과보다도 그 과정을 마치 게임처럼 재재미잇어 하는 또 다른 내가  있는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을 저 사람이 어떻게 알아 듣는지, 그가 하는말을 내가 어떻게 알아 듣고 또 어떤 변용을  하고 있는지...그것이 나는 재미있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다르면서도 또 똑같은지가 말이다..경험과.상상력과 기억과 의도가 합쳐진...가히, 예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모든 존재, 존재들......ㅎ

그러니까, 내 속엔 그 게임을 뛰는 선수가 있고 그 게임을 즐기는 관전자가 있는 것이다. 그 관전자는 그 선수와 다른 선수들 간의 일거수 일투족을 흥미있게 바라 본다. 그것이 삶을 사는 재미가 아니던가?   요는,  내가 어떤 불편을 겪더라도 그것이 내게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나는 그 길로 간다.정작, 어려운 것은 그 길, 그 게임의 불편함과 어려움보다는 과연 그 길이 갈 만한 가치가 있는 길인가, 그것이 문제다.  그 판단이 일단 서고, 그것이 무너지지 않고 잇는 한은  우거진 덤불을 헤치고 오솔길을 찾아내는 일은 내게  한 구비도 버릴 것이 없는 소중한   삶의 여정이다. 내가 그 길을 끝까지 가냈는가와는 상관없이...그러고 보니, 하늘바다님의 블로그에 올려졌던  영화평이 생각난다.  오로지, 전쟁이라는 게임에 몰두해 있는 어떤 남자의 이야기...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그도 오직 전쟁의 승부에만 집착하였을까가 궁금하다... 그러지 않았다고 해도, 적어도, 그 영화에서는 그게 다 군더더기일 뿐이리라...

사실, 며칠 전엔 사모님이 김치 한 통과 고추장아찌를 보내 오셔서 은근히 부담도 되었다. 물론, 꼭 내가 교회에 나오라고 그리 한 것은 아니었을 줄 알지만... 그리고는  토요일엔 목사님 부부와 두 가족이 에비의 문병까지  오셨다. 그런데,  꼭 그 신시내티에서 밀려났던 그 목사님처럼 젊고 진지하고  활발하게 생기신 목사님도 웬지 마음에 끌리고 바지런하고 성실하게 생긴 그 사모님도 꼭 우리 옆집  빈이엄마처럼 친근감이 든다. 인근의 조금 더 큰 도시에서도 목회를 이끌면서 그 지회라고 할 수 있는, 교인이 열댓명도 안되는 작은 교회이지만,몇 안되는 한국인들을 만나  정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귀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하는 그들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 간다. 에미 말에 의하면, 목사님은 생업이  따로 있어서 교회재산에는 전혀 기대지 않고도 잘 사시면서 약학을 공부하고 있는 아들도 졸업하면 그런 방식으로 목회를 해나가는 삶을 살 것이라고  한다. 이제 적당한 배필만 만나면 좋겠다는데, 물어 보니 아직 스물셌이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말이많아서,  여기서도 같은 학교, 같은 연구실에 있으면서도, 누구는 한인들하고는 절대로 안섞이겟다는 선언도 하면서 서로 말도 안석고 지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랜 터주인 그 누구는 자신의 기호에 따라 편가르기도 잘 하여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단다.  그러나, 워낙,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목사님이 그 갈등의 가운데에 들어서 있는 것 같지는 않다.  .. 태오네는 여기 버밀리언으로 이사오기 전부터, 성당은 너무 멀고 그 교회로 가는 것이 그래도 제일 가까운 신앙생활이자 교민들과의 만남의 장소여서 지금도 한 시간 거리인 그 교회로 계속 다닌다.  잘 해야, 한 5,,6년, 그나마 공부를 끝내고 돌아가는 가족들이 대부분이고, 여기 교수로 재직하는 사람들도 있고 토박이 교민도 한둘 있단다. 목사님은 그런 사람들이  잠시라도 함께 지내는 동안을  서로 돕고 사랑하며 귀한 인연으로 살다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뿐, 종교적인 설득에만 너무 골몰하지 않는 듯이 보인다..저 사람도 목회라는 게임의 선수이자 관전자일까?.ㅎㅎ


그리하여... 나도, 담주쯤엔 그냥, 따라 나서리라..마음을 굳혀 간다.   그 날 그 날, 목사님의 설교 말씀에 귀기울이고, 태오 준오가 거기 아이들하고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교회에 갈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련다..신앙심이고 종교론이고 거대담론은 다그만 두고,  .끽해야, 이제 두 달여?사사로운 갈등구조에 내가 끼일 일도 없고 서로에 대한 적인 관계만 해도 그렇다. 어차피, 그 짧은 기간 동안에 서로 무엇을 그리 깊이 보여 주고 관여하고 그러겠는가?  그저, 이 넓은 세상에서 하필이면 여기서 이렇게 만난 귀하고 소중한 만남의 시간을 어떤 순간에라도 각자 제  생긴 그대로 꾸밈없고 편안하게, 그러나,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뛰면서 진심으로 서로를 대하고 바라 보다가 바람처럼 낙엽처럼 흩어져 갈 뿐이다.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그것이 진짜, 예수가 우리에게 바라는 바가 아니었던가? ...

그런데,  저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는 어찌 되고? ㅎㅎ 연구해 놓았다. 일단, 그런 공공장소는 그래도 좀 낫다. 에비가 잡고 가는 보조기 뒤를 살살 따라만 가면 될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리라. 누가 나더러 음식을 나르라고 하겠가?  사실은, 오늘 저녁에도 어느한인 교수님이 우리를 집으로 초대하엿다고 한다. 난 안 갈 거야. ㅇ아이, 어머니도 가셔야지요...내가 가서 즐거운 마음보다 불편한 마음이 더 크다면 안가는 게 맞지 않니? 어머니는 그냥 가만히 앉아만 계시면 되는데요?  그래도, 들어서면서부터 나올 때까지, 크고 작은 물건들과 마주치는 사람들, 아기들에게 부딪칠까도 걱정이고,.가방은 어디다 두었는지, 내 신발은 누가 어디로 치우지나 않았는지, 거기 잇잖아요, 거기요, 그 옆에요...계단, 계단요...나는 이런 소리들이 다 나를 당황하게만 만든다는 것을 다 설명할 수가 없다..거기라니, 옆이라니, 어느 쪽? 계단이라니, 어디서부터?  얘네들이 나한테 신경쓰느라고 혹시, 아이들한테 편하게 대하지 못하면 어쩌나... 장애 때문에 내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그렇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차라리, 집에서 남은 음식이나 처리하고 살살 움직이며 정리하고 컴앞에서 이러고 앉았는 것이 훨신자유롭고  편하다는 걸 재네들도 이제 점점 이해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어제는  크리스마스 브레이크가 끝나고 태오도 개학이고 에미도 개학이었다. 에비도 가까운 재활센타에 가서 하루 3시간씩 재활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스쿨버스가 오는 시간에 맞춰 바깥에 살살 나가 보니 날씨가 많이 푸어져서 따뜻하기까지 하다.드라이브 웨이는 물론이고 웬만한 길은 눈이 다 녹았다.   뒷문으로 쪼르르 뛰어 나가는 태오를 바라만 보는 것도 이제 그만하고 살살 뒤따라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 그만 주절거리고  눈 좀 붙이고...태오가 나갈 때 일어나야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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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어서 죄송해요...어디서  잘라야 할지도 모르겠고...그냥 올립니다. 적당히 듬성듬성 읽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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