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홍매화 같던 너, 친구야

해선녀 2005. 3. 18. 15:57

 

 

그럴 줄 알았더라면,

개발새발 손끝마다

피터지면서도 손을 내뻗는

개발 선인장처럼 살 걸 그랬나.

암이라니. 이 아름다운 계절에,

암 3기에 들었더라니, 친구야,

뱉아도 뱉아도 다 뱉아내지 못해

검은 옹이를 품고만 살았더란 말이냐. 

지금이라도,어지러운 잔가지들을

뭉텅뭋텅 다 쳐내어 버리면

남은 한 가지 끝에, 역시, 너는 너,

붉디 붉은 홍매화 한 송이로

다시 피어날 수 없겠니,  친구야,

애타는 마음 어쩌지 못해

죄없는 봄날만 원망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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