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순례자님
지난 가을 네 빛나던 뺨에
물기 스러지더니, 꽃사과,
너에게로 달려가던 하얀 눈도
너를 만나지 못하였구나.
봄비가 내려도 봄바람이 불어도
네 녹슨 빗장은 열리지 않아
봄볕도 차마 걸음 멈추고,
하마나, 빗장 풀고 너 내려디딜
땅만 내려다 보고 서 있네.
꽃사과, 무슨 할 말이 남아
세상을 놓지 못하는가,
두고 갈 너의 마른 가지에
새순이 돋아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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