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어느 소박한 시민의 논변

해선녀 2005. 3. 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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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논하고 진리를 논하는 그대의 말이 진짜인 줄을 그대는 어떻게 아는가? 매일처럼 나도 내 말이 진짜라는 말은 하고 싶지만, 나 자신도 내 말을 믿을 수가 없어. 나는 내가 믿는 것을 다 알지도 못하고 내가 아는 것을 다 믿지도 않아. 사실은, 진짜라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를 못 믿어. 아마, 존재한다고 해도, 그건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는 그것이 아닐 거야.

 

神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것처럼.사실이란 세상에 그런 식으로 존재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지배하는 그런 것일 거야. 아무도 사실을 다 알지 못해. 그러니, 진리라는 말은 더욱 함부러 입에 담지도 마.우리들 마음도 지배하는 그 무엇, 과학자들도 신학자들도 끝까지 증명할 수 없는 신화인 것이지. 그래, 차라리, 진실이라고 하자. 우린 소박한 시민이잖아. 한 국자의 국물을 받아든 노숙자처럼, 방싯 웃는 손자를 안은 할머니처럼 고물고물 우리 손바닥 안에 있는 진실이나 우리 말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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