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마당 나뭇가지 사이에서 밤을 지샌 바람은
아침이면 병실 창문 틈으로 새어들어 오지.
그 환자가 간밤에 퇴원을 하였는가, 영안실로 갔는가를
두런거리는 사람들의 말에서라도 알아내고 싶지만
새로 온 환자들은 자기들의 이야기만 하고 있지.
복도를 나서면 어느 쪽으로 가는 것이
삶의 길이고 죽음의 길인지.바람은 너무도 잘 알아..
먼저 병원 마당에서 갓 피어난 꽃들에게로 가서
이 봄에도 똑 같은 앳된 얼굴로 찾아온
꽃들의 뺨을 어루만져 주고는 주차장으로 가지.
어젯밤 꼬박 밤을 새운 차들의 주인들이 있는 병실
그 병실들을 알아내어 창문틈을 다시 기웃거리는 바람
병원 마당에 사는 바람은 사시사철 맴을 돌며
환자 돌보는 환자 가족들과 동병상련하며
삶과 죽음을 함께 돌보느라 병원을 떠나지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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