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더운 여름의 끝에, 천리를 달려온 강물이 마침내 바다가 다된 곳, 그 곳에 칼날처럼 높이 하구언이 솟아 있었다. 여기 멈춰서 혹시, 아직도 비우지 못한 가슴 있거든 다 비우고 가거라. 아서라. 나처럼 곤두박질치지는 말고, 천천히. 갈매기들도, 느리게, 느리게, 불타는 저녁노을 속으로 꺼이꺼이 나 대신 울며 던져 넣어 주던,아, 어리석였던 내 사사랑이여. 둑 아래 탈진해 늘어져 흐르는 물 위로 하얀 소매를 너울거리며 허허로이 새들은 마지막 춤을 추고, 나는, 쓸쓸했다. 그러나, 황홀하여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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