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나무와 낙엽 사이

해선녀 2004. 11. 15. 10:44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나무는 제가 떨군 마른 잎들을 

멀리 멀리 날려 보내버릴

바람을 두려워 하고

 

떨어진 잎들도

자기들을 쓸어 담아 가버릴

미화원의 발자국 소리를

두려워하고 있음을.

 

존재는 끊임없는 이별,

씨앗을 벗어나야 잎이 돋고

잎이 져야 새눈이 돋는 법이라지만

 

말없이 눕고 서서 애처로이 바라보는

나무와 낙엽 사이로 걸어가다가 문득,

죽으면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것조차 미안해져서

낙엽을 살몃 살몃 밟았습니다..

 

 

 

 

중남미 미술관에서

 

사진: 순례자님

 

 

Sunlight on The Water - Phil Cou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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