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사엔 쳐진 소나무가 몸을 숙이고 울고 있었습니다. 히히덕거리며 돌아서 오는 길, 뚝, 뚝, 뚝,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내 뒤에서, 집채만한 나뭇잎 하나가 어깨 위를 지나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치열하게 살다 간 올캐는 죽을 당시에 금빛 찬란한 예수님의 도옴이 내려와 집을 덮어 주더라며 기뻐하더니, 그 길엔, 사랑도 슬픔도 내 작은 기쁨마저도 모두 떨어져 딩구는 것을 보았습니다. 회색 승복을 입은 어머니 같은 비구니들이 옹알이하며 지나간 우리 뒤를 말끔히 청소할 내일 새벽쯤이면 오늘은 또 어떤 아이들을 품에 안고 울 것인가 그 소나무도 맑은 생각을 가다듬을 것이지요. 아직은 중생의 관광 대열에 끼어 있음에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 사진: 친구 김연숙 음악: 영화 花樣年華 중에서 Yumeji's Theme/Barbara Co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