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 마리가 연못가 잎진 자리 비로소 몸을 드러낸 바위 위에 앉아 깃털을 고른다. 연못 물이 흔들린다. 새 뒤의 나목들이 늘어진다. 새의 몸뚱이도 옆으로 아래 위로 갈라져 흩어진다. 바위 위의 나뭇잎을 연못에 떨어트렸나 보다. 물이 고요해지자 새 뒤의 나무들이 시려오는 제 뼈마디를 훤히 들여다 본다. 연못 안에서 어쩔 수 없이. 그러나 새와 함께. 떨어져 누웠던 나뭇잎들도 오종종 연못 안으로 잦아 들고 싶어한다. 새가 떠난 자리 몸이 다시 다 드러난 바위가 겸연쩍게 웃는다. 이제 내 사진이나 찍어 줘. 아, 너였구나, 그러나 다시 연못물이 흔들린다. 아침햇살이 퍼져 오면서 바위에서 똑, 똑, 서리가 녹아 내리고 있다. 곧 눈도 내릴 것이다. 연못에는 눈물도 스며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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