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부자

해선녀 2004. 9. 24. 11:15

 

 

 

 

 

 

비개인 하늘 창가에 앉으면

창문마다 빠알간 제라늄이 피던 플로리다

그 차이니스 레스토랑이  그리워진다.

 

빠알간 웨이트리스유니폼을 입은 채

밤마다 부르튼 입술로 귀가하던 

그 고달프던 기억도 고운 추억이 된다.

 

지친 다리를 끌면서 

햇살 가득한 캠퍼스를 걸으면

종려나무 아래로 내 젊음도 너울거리고

수업시간은 얼음 같은 깨달음의 연속

 

잠든 식구들 몰래 내려와

아침을 준비해  놓고

식탁 한 켠에서 책을 펴 들면

창가에 붉은 새 한 마리가 와서 울었지.

 

이제 추억은 

시나브로 꺼내 보는 행복 파일

어떤 고달픔도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 될 거라는 말 그 땐 믿지 않았는데

.

나이가 든다는 건, 철이 든다는 것,

이루어 놓은 것 아무 것도 없어도

추억만으로도 부자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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