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눈을 뜨고
눈웃음을 흘리며
봄으로 달려 가던 2월이
치맛자락을 홱 나꿔 채며
새침한 낯빛으로 돌아서는 저녁
등불을 켠다.
오천 년 만에 두 남녀가
사랑의 몸짓으로 발견되었다던가?
그 무덤에 빛이 들어 오는 순간
그들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건 사랑이 아니고 절망이었다고?
삶은 늘 그 모양이지.
요동치며 구비치며 흘러 가노라면
마디마디 제 몸뚱이에
다른 이름을 새겨 넣다 못해
무한히 열려 있는 어둠조차 무언가 제 의미로
붙들어 놓고 싶어 못견뎌 하지.
허무하니까.
연민인지 축복인지
허연 샴페인 거품을 터뜨리며
앞산 봉우리가 허허 웃는다.
등불도 그 앞에서 흔들흔들
유리창에 비친 제 그림자를 바라 보며
셍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