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2월 저녁의 흐린 수채화

해선녀 2007. 2. 22. 19:58

 

 

 

실눈을 뜨고

눈웃음을 흘리며

봄으로 달려 가던 2월이

치맛자락을 홱 나꿔 채며

새침한 낯빛으로 돌아서는 저녁

 

 

등불을 켠다. 

오천 년 만에 두 남녀가

사랑의 몸짓으로 발견되었다던가?

그 무덤에 빛이 들어 오는 순간

그들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건 사랑이 아니고 절망이었다고?

 

 

  삶은 늘 그 모양이지.

요동치며 구비치며 흘러 가노라면

마디마디 제 몸뚱이에

다른 이름을 새겨 넣다 못해

무한히 열려 있는 어둠조차 무언가 제 의미로

붙들어 놓고 싶어 못견뎌 하지. 

 

 

허무하니까.

 

 

연민인지 축복인지

허연 샴페인 거품을 터뜨리며

앞산 봉우리가 허허 웃는다.

 등불도 그 앞에서 흔들흔들

유리창에 비친 제 그림자를 바라 보며

셍각에 잠긴다.  

 

  

 

 

 

 

22567

 

'노을 비낀 숲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날.....  (0) 2007.03.13
봄비  (0) 2007.03.02
2월의 숲  (0) 2007.02.08
결혼식 소묘  (0) 2007.02.01
세월  (0) 2007.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