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것이
싸아한 공기가 뺨에 와 닿는 11월의 저녁엔
논둑길은 버리고 들판 한가운데로
터벅터벅 걸어서 가 보고 싶다.
팽팽하게 튕겨 놓고 밀고 당기며
폴짝거리던 고무줄놀이을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가던 유년의 그 때처럼
내 안의 작은 경계와 잣대 나부랭이들을
회색의 대지 위에 모두 내려 놓고 싶다.
고속열차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건널목을 지나 간 후,
종종거리며 쫓아 온 겨울의 손을 잡고
빈 달구지를 끌고 가는 소를 따라
느릿느릿 철길 건너 마을로 돌아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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