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못찾은 건 네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인지도 모른다.
나는 여태 장독대 뒤에서 혼자 잠든 채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못찾겠다 꾀꼬리
언제나 숨박꼭질을 하다 말고
장독대 뒤에 숨은 나를 잊어 버리고
다들 집으로 돌아가버린 줄 알았는데
혹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혹은 암팡진 과꽃 한 송이를
내 앞에서 흔들면서 사람들은 말한다.
여기 있잖아, 이게 너야.
그런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것 같다.
산다는 건 너와 나 사이를 흐르는 저 음악처럼,
뮤즈의 옷깃이라도 붙들려는 듯
끝없이 나부대는 환상들의 숨박꼭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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