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강으로 가자

해선녀 2006. 9. 30. 02:23

 

 

강으로 가자.

마음이 쓸쓸할 땐 강으로 가자.

 

유년의 강가

모래밭에 스며 오던 물살애

옷 젖는 줄도 몰르고 앉아 놀다가

풍덩, 물속으로 뛰어 들면

어머니 자궁 속처럼 편안했지.

 

휘적휘적 팔다리를 젓다가

스르르 몸을 뒤집으면

눈이 시리게 깊고 푸른 하늘

구름들도 그 물 속을 헤엄쳐 다녔다.

 

눈을 감으면

나는 둥둥 그 하늘로 떠내려 갔다.

내 세포 사이를 흐르는 핏줄이

하늘로 잇대어지고

강물은 나를 투과하고

거기에 나는 없었다. 

 

하늘과 강물과 나는 하나가 되었다.

너와 나도 그 속에서 하나가 되었다.

 

강으로 가자.

눈이 시리도록 하늘이 푸른 이런 날엔

강가에서 해살대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 가는 아이처럼 그렇게, 

유년의 강으로 돌아가 보자.

 

 

 

 

'노을 비낀 숲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고 동문회에서  (0) 2006.10.22
시월 햇덧에  (0) 2006.10.14
9월, 결혼식장에서  (0) 2006.09.25
가을 아침에  (0) 2006.09.21
이 가을의 참회록  (0) 2006.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