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를 신고 이 좋은 세상,
걸을 수 있는 것만 해도 그게 어디더냐.
산성은 휴화산 같았지.
성벽을 넘나드는 바람은 부드럽고
선인들의 숨결이 고인 숲은 고요했어.
장군 하나이 하릴없이 섰고
우리는 깔깔거리며 잠든 범종을 쳤지.
덩, 덩, 덩, 세상 깊숙이 울려 퍼지는 소리에
호국보은 같은 소린 생각도 안 나고
아들딸들 시집장가나 보내 달라고 빌었지.
집으로 오는 길, 버스 정류장엔
회색 비둘기 두엇이 봅을 기다리며 서성거리데.
야, 이넘들아, 제발, 차조심하고
해 지거든 저 숲으로 돌아가 편히 쉬거라.
기특한 넘들에게 잔소리도 좀 했네.
'노을 비낀 숲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꾸로 가는 말(馬)도 있다 - 2 (0) | 2006.03.09 |
---|---|
거꾸로 가는 말(馬)도 있다 - 1 (0) | 2006.03.05 |
장난감 새 (0) | 2006.02.18 |
프로스트의 한숨과 너털웃음, 그리고 벽난로 (0) | 2006.02.10 |
그럴 때 (0) | 2006.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