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폭풍이 걷힌 아침에

해선녀 2004. 3. 24. 02:11
 
 
간밥의 폭풍에 
키큰 전봇대 하나 쓰러져 누웠네.
 
어지러운 발걸음 소리 
신경 돋힌 경적 소리 
그 등을 넘어가는데 
 
밤새도록 쫓겨다니던
나뭇잎들이 그 발치에 모여 눈물짓네. 
 
미련할 손, 그대여, 
상처 투성이 몸뚱이로도 
수 십년을 잘도 버티더니 
 
불꺼진 등갓으로도 별빛을 모아
님 가시는 길 끝까지 밝혀 줄 거라더니 
 
폭풍은 미풍이 되어 
그대 빰을 간지럽히는데, 
이 큰 키를 있는대로 뻗고. 
왜 말없이 누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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