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내게 봄은 그렇게 왔다

해선녀 2004. 3. 18. 19:41

 

 

 

 

 

마음이 산란한 오후, 문득, 미련한, 혹은 무심한 관악산의 바위처럼 되었으면 하여

느릿느릿, 산으로 올라갔다. 차가운 바위 위에 앉으니 나도 금새, 바위가 되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옆구리에서 질긴 아카시아 뿌리가 비집고 나온다. 식은 땀이

흐른다. 어지럽다. 금이 간 이마 위 틈서리에 누군가의 위로 같은 흙이  바람에 날아와

쌓인다.아물아물, 그 흙에서, 노오란 광채를 띤 꽃송이들이 무수히 피어 올라갈매기처럼,

혹은 나비처럼 한강 쪽으로 날아간다. 펀뜻, 쏟아져내리는 햇살에 눈을 뜰 수가 없다. 

내게 봄은 그렇게 왔다. 난분분한 분열증과 상실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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