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여려빠진
심성과 머리로는
도저히 감당이 불감당인
지랄같은 계절 속에 코쳐박고
엎드린 지가 언젠데
묘한 것은 그래도
광염 소나타를 듣듯하며
깨끗이 다 비워 버린 줄 알았던
그리움이라는 놈이 새록새록
술잔처럼 차 오더라는 것이다.
내 정수리 위에서부터도 니고
내 배꼽 저 밑에서도 아니고
어디선가 저 혼자
솟고 있었던 샘물 같이.
또 더 묘한 것은
그것이 그렇게 반갑더라는 것이다.
아직은 내게도
그 혹독한 겨울에 대한 그리움조차
남아 잇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