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랬다.
내가 이 말 하면 너는 저 말 하고
유능한 수비선수처럼 너는
상대가 차는 공을 다 막아내었다.
말 가는 길목마다 우리는
토를 달았다.
말을 그만 두어야지 하면서도
터진 입이 자꾸 말했다.
네가 산일 때 내가 그 산에
나무가 되어 주고
내가 물일 때 너는 그 곁에서
물장구를 쳐 주고
네가 소프라노를 하면
나는 알토로 받쳐 주는
그런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다가, 그 날,
햇빛이 따갑던 날,
따가운 햇빛처럼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피하며 헤어졌다.
그런데, 왜일까
지금 네가 이렇게 그리운 것은
아직 단풍이 들지도 않았는데,
내 마음은 벌써 노랗게
너를 향해 물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