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인연이라 말하지 마오

해선녀 2004. 1. 26. 14:42
 




인연이라는 말,
그대 내게 말하지 마오.
그게 인연이라는 그 말
너무 무심해. 인연따라 살라는 말 
너무 쓸쓸해.
외로워서,우리 서로 손을 뻗을 땐 언제고,
죽이 맞아 덩더꿍 어울려 놀아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인연이 거기까지였다고 
우리 말하겠는가.
오류가 오류를 낳고 
오류가 오류를 바라보고 
오류가 오류를 끌어 안던
그 숱한 말의 무덤들 
아름다운 함정들이그대 떠나는 
이 눈오는 아침에
눈발 속에 흩날리네. 
인연이 그뿐이었다는 그런 말일랑
그대 품속에나 넣고 가오.
그런 말까지 내게 남기는 건 너
너무 잔인해.
 
 
 
0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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