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점 없는 하늘을
하얀 새가 날아간다.
저 새는 내 그리움이지.
그리움은 내 슬픔이지.
아니야.더 이상 그리워할 것도,
기다릴 것도 없는 삶이
슬픈 것이지.
빈 하늘을 가르는 비상
그건 내 깨달음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다음 순간, 새 날아간 뒤에 남은
빈 하늘처럼 공허롭다.
그래도 자판을 두들긴다.
손가락이 내 의식을 데불고
느린 박자로 어눌한 탭 댄스를 춘다.
창가에서 재재거리던 작은새들도 모두
어디론가 날아가고
새소리를 이기려고 악악대던
감나무 위의 매미들도 잠잠해진다.
햇빛 가득한 창턱을 기던
애벌레 한 마리 고물고물
창안으로 기어 든다.
0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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