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드 대학가의 작은 식당(ㅋㅋ 빗나가는 얘기 하나 하자면 그 식당 홀에서 쥐를 봤다. 그래도 그냥 식사만 맛있게 먹고 나왔다.)에서 저녁을 먹고나니, 보스턴의 지하철이 타고 싶어졌다. 그때가 9시 경이었는데, 알아보니 보스턴 지하철은 12시(던가? 정확하게는 기억 안나고)에 끊긴다고 했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어디로 가볼까 찾던 중, Fenway 역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곳에 가면 Fenway Park(미국의 메이저리그 야구장 중에 가장 오랜 역사(정확하게는 모르겠으니 지식검색을 활용하시도록 하시고, 백년은 넘었다.)를 자랑하는 Boston Red sox의 홈구장)가 있을 거란 생각에 목적지로 당첨! Harvad Square 역 안으로 들어갔다.
보스턴의 지하철은 대단히 오래되어 보였다. 역사도 낡았고 지저분하기도 했다. 어떤 열차는 서울 지하철처럼 여러 대의 열차를 길게 연결해 놓았고, 또 어떤 열차는 한두량 짜리 작고 귀엽게(?) 생긴 작은 열차였다. 일요일 저녁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역이나 열차 안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Harvard square 역에서 Fenway 역까지 가서 내려보니 나온 동네는 stadium이 있을만큼 넓다란 동네는 아니었다. 어둠이 깔리고 부슬비가 내려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지도 않았다. 마치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시와 같은 어두침침, 으슥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같은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방향으로 무작정 따라가다가 tv에서 보던 펜웨이파크 구장과 비슷한 분위기의 건물을 찾아냈다.
그러나 전혀 야구장처럼 보이진 않고, 그저 3-4층쯤 되어보이는 낡은 건물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확인해보니 펜웨이 구장이 맞았다. 주위에는 경기가 있는 날 야구경기 중계를 해준다는 간판들이 걸린 술집이 몇개, 기념품이나 유니폼 등을 파는 낡은 가게들 몇개가 있었고, 작년 시즌 우승을 기념하는 플랫카드나 글귀도 여기저기에 보였다. 야구장 건물 앞에는 Babe Ruth에서부터 David Ortiz에 이르기까지 레드삭스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얼굴과 이름들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야 이것이 펜웨이 파크 구장임을 알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가장 전통있는 명문구장이고, Red sox의 팬들은 물론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이 아끼는 구장인 이유로 철거하지 않고 여태껏 사용하고 있는 구장이기 때문에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게임이 없는 날에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별 볼거리는 없었다. 마침 오늘 게임이 있어서 야구장 안에서 경기를 볼 수 있었다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밖에서 본 모습은 너무나 누추해 보였기 때문에 좀 실망감도 들었다.
이 곳 메사추세츠 지방은 17세기 청교도들이 가장 처음 발을 들여 정착하기 시작한 곳이다. 보스턴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셈이다. 보스턴이라는 도시의 역사에 대해 잘 아는 바는 없지만, 소설 ’주홍글씨’에서 봤던 당시 미대륙 개척자들의 삶의 모습이 도시 곳곳에 아직도 조금씩은 느껴지는 듯 했다. 마치 고대도시에 온 듯이, 오래된 영국풍의 건물들도 많이 남아있는 것이 보였고, 가보지는 않았지만, 개척시대를 기념하는 박물관이나 유적지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이루고자, 이 넓은 미대륙에 말을 달린 미국인들의 개척정신은 과연 세계 최강대국(곧 바뀔지도, 혹 이미 바뀌었는지도 모르겠지만 ㅡㅡ)을 만들어낸 그들의 근본적인 힘의 원천이었음을 실감한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하바드 광장으로 돌아와, au bon pain(‘맛있는 빵’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이라는 가게의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보스턴 여행을 마무리 했다.
나이아가라에서와 같은 흥분이나 설렘은 없었지만, 보스턴은 차분한 가운데 여러가지의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나이 많은 교수님 같은 여행지였다. 이제 다음 목적지는 보고 싶은 곳이 많고, 기대가 되는 뉴욕. 밤길을 달려 또 모텔을 찾아 짐을 풀던 이때까지만 해도 뉴욕에서 그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일들이 펼쳐지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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