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네 집

막내의 미국동부 여행기 2 / 나이아가라

해선녀 2005. 9. 14. 20:54
 

장거리 운전의 피로 때문인지, 여행 내내 우리는 늦잠에 시달렸다. 보통 모텔의 check-out 시간은 11-12시 정도인데, 그 시간에 겨우 맞출 정도로 허겁지겁 늦잠에서 깨어나 아침(주로 라면이었다. ㅡㅡ;;)을 해먹고, 다시 액셀을 밟았다.

 

오늘은 드디어 말로만 듣던, 전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경관을 자랑하는, Niagara를 보는 날. 설레임과 흥분에 크게 음악을 틀고, 옥수수밭 가의 좁은 시골길을 달려 나갔다. 한시간이 좀 안되게 가자, 이번에는 첫날에 느낀 바다의 기운과는 약간 다른 나이아가라의 기운(?)이 느껴졌다. 내가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초사이어인은 아니지만, 정말로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대자연의 기운(?)이라고나 해야할까. ㅋㅋ 그 기운을 받으며 왼쪽으로 드디어 계곡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제 본 Erie호는 잔잔한 파도만 치는 바다의 모습이었지만, 오늘은 에너지 넘치는 힘찬 물줄기가 굽이치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그 에너지에 눌린 것인지 잠자코 긴장된 느낌으로 조용히 국경지역으로 계속해서 운전하여 다가갔다. 거기서 좀 웃기는 일이 있었다.   나이아가라가 근처인데, 이 쯤에서 차를 대놓고 걸어들어가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우리는 짱박힐 만한(?) 공짜 주차 자리를 찾아 두리번 거렸다. 그때 국경 지역의 면세점인 듯한 건물 주차장이 무료임을 발견하고, 이거다 싶어 들어갔다. 차를 대고, 관광 채비를 하고 차문을 열고 나온 순간, 이상한 기운을 감지. 뒤를 돌아보니, 이 면세점에 들어온 차량은 다시 나갈 수 없다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들어온 차량 입구는 다시 나갈 수 없게, 타이어 손상 장치가 되어 있었다.

 

!! 물론 캐나다 지역에서 보는 나이아가라가 더 좋다는 건 알고 있었기에 캐나다로 들어갈 생각은 있었지만, 선한이의 신분이 그리 확실한 상태가 아니라서(F-1 비자지만 학교 등록을 안한 상태로 곧 한국으로 귀국해야 하는 상황), 다소 당황스러웠다. 캐나다에 갔다 오는 게 가능한지부터 알아봐야 하는데, 무턱대고 국경부터 넘게 생겼다. 면세점의 출구는 국경 통과 톨게이트로만 나갈 수 있게 되어있는데, 무작정 다시 차를 타고 그 곳으로 갔다. 톨게이트에 통행료를 내고 출입국 사무소에 들어가니, 의외로 너무나 간단한 절차만 거친 채 국경을 넘을 수가 있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들어온 캐나다 땅은 관광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거리의 사람들은 대체 여기가 어느 나라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적이 다양해 보였다. 지나다니면서 한국말도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려왔다. 한국인은 관광을 좋아한다는 말이 맞나보다. 관광지에서 한국인 못본 적은 없다. ㅎㅎ 호텔, 카지노 등의 대형 건물들 밑으로 나이아가라의 엄청난 광경이 드디어 눈에 들어왔다. 애석하게도 도저히 지금 글로는 그 광경을 표현할 수가 없다.ㅡㅡ;;

 

자연의 경관이 사람에게 감동을 줄 정도의 풍경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지금까지 여러번 멋진 자연경관을 구경해보기도 했지만, 이만한 감동이 전해져오는 풍경은 처음이었다. 대충 그 모습을 묘사하자면, 아주 넓게(얼마나 넓은지 잘 분간이 안될 정도로 넓다.) 계곡물이 거세게 소용돌이 치며 흐르다가 점점 더 물살이 거세지면서 약 50미터 남짓해 보이는 높이의 벽 아래로 폭포수가 떨어진다. 그리고 그 폭포수는 크게 세개로 구분지어져 떨어지는데, 그 물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물들이 모이는 중앙에서 보면 마치 폭포들이 병풍을 둘러친 듯한 모습이다.(써놓고 읽어보니 무슨 모양인지 전혀 안그려지는 허접 묘사다.ㅡㅡ)

 

아무튼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반해 폭포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놀다가, 문득 폭포의 바로 밑까지 들어가는 배가 눈에 띄었다. 값을 보니 그리 비싸지 않길래 별 고민 없이(초저가 예산 때문에 우리는 모든 소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배에 올랐다. 혹시 나이아가라를 가게 될 기회가 있다면, 다른 건 몰라도 반드시(!) 그 배를 타라고 권장한다. 나이아가라의 백미라고나 할까.^^ 배를 타고 폭포의 병풍 안에서 보이는 것과, 들리는 우뢰와 같은 물방울 소리와, 비옷을 나눠주지 않는다면, 온 몸이 폭삭 젖어버릴 정도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오감과 육감까지 자극하여, 마치 세상과는 동떨어진 어느 낙원과 같은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우리는 흥분되는 마음에 웃고 떠들며, 그 안에서도 사진을 찍느라 바빴지만, 다시 한번 그 배를 탈 기회가 주어진다면 혼자 타고싶다. 그 안에서 자연이 보여주고 들려주고 만져주는 느낌을 온몸으로 받아보고 싶다는 말이다. 배를 타고 나와서 이미 약 한두시간은 그곳에 있었음에도 우리는 쉽사리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폭포 주변을 거닐며 한없이 내려다보이는 경치를 봤다.

 

내 생각인데, 그곳에는 24시간 비가 오는 듯 했다. 병풍 안에는 폭포의 물방울들이 튀어 올라 수증기 덩어리가 형성되어 높이 치솟는데, 그것이 바람에 날려 계속해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폭포의 주변에 계속해서 비를 뿌리는 것이었다. 그런 식이라면 일년 삼백육십오일이라도 비가 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누구한테 물어본 적은 없으니 확인할 길은 없다. ㅎㅎ 옛날 할머니 집에 있던 나이아가라의 기념품이 떠올랐고, 친구들과 친척들에게 연말이나 언제 시간 나면 엽서라도 보낼 생각에, 기념품 가게에 들러 나는 나이아가라의 사철주야 풍경의 사진엽서를 한다발 샀다.(너무나 안타깝게도 그 엽서다발은 뉴욕에서 도둑 맞은 가방 안에 들어있었다. .)

 

저녁 때가 다 되어 폭포에서 발길을 돌린 우리는 주변의 호텔 카지노가 눈에 들어왔다. 잘 하면 여행경비를 수곱절로도 늘일 수 있는 곳, 더 잘 하면 인생경비도 수곱절이 되기도 하는 곳. ㅋㅋ 그곳에 들어간 우리는……

 

애석하게도 룰을 아는 게임이 없었다. 그래도 나보다는 좀 아는 선한이가 이것저것 재보다가 환전을 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캐나다 달러로 환전하여10불씩 나눠가지고 게임을 했다. 그래, 그냥 겜을 했다. 카지노에서 겜을 해봤다는 게 중요한거지, . ㅋㅋ 카지노 안의 무대에서 열리는 밴드들의 공연도 감상하고, 예쁜 호텔 아가씨가 따라주는 공짜 커피 한잔 하면서 놀았다. 애석하지만 당연하게도 탤런트 손지창의 어머니던가, 장모님이던가 하는 그 분과 같은 일은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어둑어둑한 밤이 되어 우리는 호텔을 나와 주변의 밤거리를 돌았다. 사실 일부러 돈 건 아니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국경 다리를 찾지 못해 헤맸다. ㅎ 관광지의 밤거리는 화려했다. 미국의 밤거리가 화려한 것은 드물다. 하여,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네온이 불타는(?) 밤거리였다. 세상의 모든 인종이란 인종은 다 모아놓은 듯, 거리의 사람들은 다양했다. 그런 풍경은 라스베가스를 연상시킨다. 아직 가본 적은 없지만, 그런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는 얘기다. ㅎ 라스베가스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ㅎㅎ

 

그 수많은 사람들과 밤거리의 불빛을 뒤로 하고, 국경다리를 찾아 미국 땅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숙박은 버팔로 외곽의 허름한 모텔을 또 찾아 들어가기로 하고, 다시 끝없는 고개와 숲과 넓디넓은 밭들의 평야가 펼쳐진 길을 달리고 또 달려야 도착할,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보스턴을 향해 출발했다. 어둡고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희미한 실내등을 켜고 미국 전국 도로망이 표시된 지도책의 작은 글씨들을 읽어가며 길을 찾는 일은 그리 쉽지가 않은 일이었다. , 화려한 거리와 사람들이 방금 전까지 눈 앞에 있었는데, 무섭도록 한적하고 조용한 밤의 시골길을 상향 헤드라이트를 켜서 달리는 일은 사실 위험하기도 하다.

 

그런 곳에서 만약 사고가 난다면 정말 난처하기도 하거니와, 그 주위는 마치 괴기 미스테리 영화에서나 본 듯한 풍경으로, 미국 귀신(?)이나 정신병자 살인마가 확 하고 튀어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만약 그런 길을 혼자 운전해서 다닌다면, 아니 걸어간다면, 정말 공포스러운 기분에 휩싸일 것이다. 이번엔 그다지 허름해 보이지는 않지만(값이 싸보이지는 않지만), 새벽 두세시 경에 피곤한 심신으로 모텔로 들어가 흥정을 한 뒤, 짐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