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늦었지만,
세세한 기억이 점점 사라지기 전에 의미있는 여행을 기록에 남기고 싶어서 밤잠을 미루고
글을 쓴다. 8월
25일(목요일)에 출발해서
9월 3일(토요일)에 돌아왔다. 9박 10일 동안 고생도 많이
하고, 재미도 많이 보고, 경험도 많이 했다. 난생 처음으로 도둑도 맞아봤군. ㅋㅋ 먼저, 우리
여행의 목적지는 대체적으로(?) 나이아가라 - 보스톤 -
뉴욕 - 워싱턴이었으나, 사실적으로(?)는 그때 그때 달랐다. 가고 싶은 곳으로
갔다. 미국의 여기저기 구석구석을 짧은 기간이지만 최대한 세밀히 관찰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눈길이 이끄는 곳, 발길이 닿는 곳에서 여행이 펼쳐지는대로 몸을 맡겨
보았다.
여행 출발 전에 들릴 일이 몇개 있어서 해치우고 오후1시 쯤에 출발을 했다. 나이아가라로 7시간을 가는 도중에 잠시 클리블랜드에 들러서 다운타운을 차로 한바퀴 돌며 구경했다. Jacobs field(Cleveland Indians라는 메이저리그 팀의 홈구장)를 발견하고 야구장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Jacobs field의 밖에서 본 모습은 깨끗하고 쾌적했다. 야구장 직원에게 indians의 올 시즌 대해 물어봤더니, 현재 아메리칸 리그 중부지구에서 Chicago White sox에 이어 2위이며, 포스트 시즌 진출이 기대된다고 자부심 있게 대답했다. 그리 크지 않지만, 아담하고 정돈되어 있는 모습의 도시, 클리블랜드의 인디언스는 좋은 구장에서 기분좋게 야구를 하며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듯 했다. 신시내티와 비슷한 공업도시인 클리블랜드의 주민들도 그들의 야구장과 야구팀과, 농구장과 농구팀을 응원하고, 열광하면서 주말을 즐기며 살겠지? 다운타운 옆을 지나 흐르는 강을 비롯하여, 전체적인 분위기가 신시내티와 많이 비슷해 보이는 도시였다.
클리블랜드를 나와 또 수십분을 달리던 중에 어느 조그만 마을에서 classic car들을 전시하는 competition을 구경하기도 했다. 적게는 십수년에서 많게는 100년쯤은 되어보이는 나이 많은 차들이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로 전시되어 있었고, 엔진 등 내부도 깨끗한 상태로 관리되어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10년이면 차를 바꾸는 것과 비교하면 이 곳 사람들은 적어도 차에 관해서는 참 알뜰한 편이다. 물론 다른 부분을 보자면 또 얘기는 달라지지만. 작은 시골 마을들을 번갈아 돌며 열린다는 그 대회는 미국 시골 사람들의 작은 마을 축제였다. 너그러워 보이는 외모로 여유있게 앉아 쉬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말씀하시기를, 정성스럽게 관리한 classic car를 동네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자랑하고, 이야기 나누고, 음식을 즐기고, 음악을 들으며 한가로운 저녁을 보내는 것이 그 대회란다. 넓고 넓은 미국의 땅에 수많은 사람들 중, 가장 여유로워 보이고, 세상에 걱정 별로 없는 인심 좋은 시골 사람들처럼 보였다.
바닷가에 가면 바다의 기운이 느껴진다. 희미하게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비릿한 냄새도 그렇고, 바람이나 기온이나 습도나, 그런 것들이 바다의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운전을 하며 왼쪽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틀림없는 바다의 그것이었다. 호수라기엔 너무나 웅장한 오대호 뿐 아니라, 그 일대 지역에는 오대호만큼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크기의 수평선이 보이는 큰 호수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다. 그런 걸 보면 한국이라는 작은 땅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경관이나 그로부터 느낄 수 있는 자연의 힘, 위대함도 새발의 피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Erie호의 웅장한 모습이 도로 왼쪽으로 보이기 시작한 건 저녁 8시경. 해가 막 지려하던 때. 우리는 곧장 백사장(작은 해수욕장인 듯)을 발견하고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 찍고 찬 바닷물(호수물이라는 말이 쉽게 안나온다. ㅋ)에 발 담그고, 자갈을 던지며 잠시 놀았다.
여행중에 우리는 비용 최소화를 위해 거의 모든 유료 고속도로나 다리 통행을 피했다. 국도 운전이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고, 야간에 위험하기도 하지만, 국도 운전의 묘미라는 것도 있다. 한국에서도 그렇겠지만, 국도를 운전하고 달리면 보이는 풍경 감상도 고속도로 보다는 볼만하고, 무엇보다도 명소를 구경하는 관광보다는 미국 사람들의 삶을 직접 보고 느끼고자 하는 여행이었기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점이 많았다. 길을 가다가 동네의 garage sale을 구경한다든지, 상점에 들러본다든지, 하다 못해 지나가는 예쁜 아가씨 구경(ㅡㅡ;;)을 한다든지, 많은 재미거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대체로 야간에는 고속도로, 주간에는 국도를 이용했다.
눈길 가는대로, 발길 가는대로 쉬엄쉬엄 가다보니, 원래의 계획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나이아가라는 내일 보기로 하고 일단 허름한 작은 모텔에 짐을 풀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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