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아침 햇살에

해선녀 2017. 12. 26. 10:05



성탄 잘 지냈냐고 묻는 친구에게
성탄이 나를잘  지났다고 답했다.
내가 사는 것이 아니고
살아지고 살려지는 세월들도  이젠 다 고맙다.


젊은 날, 무슨 숙제처럼 해내던 여행길에서
데크의 흔들의자에  커피 한 잔 들고 앉아
지나가는 아이와 여인과 강아지들을 바라 보며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던

루이지애나의 어느 할아버지의 모습이 
왜 내 눈에 남았나를 이제야 알겠다.


오, 밝은 아침햇살이 거실마루를 지나
주방까지 들어 와서 식탁에 앉은 나를 비춘다.
무대 조명을 받은 배우처럼
벌떡 일어나 창가로 가서

얼른 내 순서의  대사를 시작한다.
 예, 예, 저도 여기 이렇게 살아 있어요. 고마워요.

그런데, 그 다음 대사를 다 까먹었다.


상관없어. 그냥, 그렇게 있으면 돼.
햇빛은 미소하며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우리의 노오란 메버릭 똥차를 바라 보며
내 젊은 날도 그랬지, 그 차가 달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구석 구석 다 누비고 다니라구.
미소하며 바라보던 그 때 그 할아버지처럼.


그래. 저 햇빛이 보기엔,
 난, 아직, 이렇게 사브작거리며
한 냄비 국도 끓이고 커피도 끓이며
내 몫의 삶을 즐기고 있는 귀여운 여인.
굳이, 주인공들처럼 외치고 박수받지 않아도
혼자서 행복할 줄 아는 귀여운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