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장대하던 호기는 어디로 가고,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여기 갇혀 있지?
나 엄마한테 갈 거야, 갈 거야.
아기같은 형부의 말에
언니는 병실침대 옆에서 눈물지었다.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있음인 것을.
반환점을 돌아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것일까?
집이 지척인데도, 아니야, 아직은 아니야,
저자거리를 하릴없이 배회하고 있지 않은지?
가자. 집으로 어서 돌아 가자.
냉동실에서 찾아낸 생선 한 토막으로도
눈 속에서 생선 한 마리를 발견한 웅녀가 되고
정수기에서 쪼로록 물을 받을 때도
백두산 소천지에 드리워진 버드나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들리지 않던가?
가자, 어서 집으로 돌아 가자.
곰은 인간이 되기 위해 몇 천 년을 동굴 속에서
마늘만 먹으며 칩거했다던가?
끝내지 못한 편지일랑 바람결에 날려 버리고
저녁달 바라 보며 우우 그리운 사람은 그리워만 하자.
동굴앞 먼산에 해가 뜨면
기지개 켜며 기어 나와 심호흡도 하자.
비가 오면 우리는 모두 한 통 속, 한 어머니의 자궁 속.
두꺼운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
하나, 둘, 불켜지는 저자거리에 날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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