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은
실존의 나무 꼭대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빠알간 감홍시 하나 보셧나요?
그 옆에 앉아 있는
작은 새 한 마리는요?
그 옛날,
기찻길 너머 시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다가
동생은감나무 위에 올라가
새는 날려 보내고
그 감홍시를 따먹엇지요.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
배를 타고 하바나를 떠날 때...
나는 그 나무에 맨 그네에 앉아
언니 오빠가 부르던 저런 노래들을
뜻도 모르고 흥얼거렷지요.
불 밝던 창에 어둠 가득 찻네...
잔잔한 바다 위에 저 배는 떠나가고...
노래 이름들은 다 잊엇지만
지금도 그 곡조가 너무도 사무치는
저런 노래를 부르면
나는 그 나무가지 위에 간들간들
앉아 있는 새가 되지요.
아버지가 사다 주신,
그네 위에서 졸다가
떨어트려 고장났던 그 새
이젠 빠알간 감홍시도
더 이상 탐내지 않고
빨간 목덜미 노란 가슴 초록빛 날개
그 예쁜 목소리도 다 잃엇지만
그대에게로 날아 다니던
그 길만은 잊지 않은 그 장난감 새
*********
지난 글: 장난감 새
2006.02.18 17:48
http://blog.daum.net/ihskang/6074239
'노을 비낀 숲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서로에게 (0) | 2008.11.22 |
---|---|
예순 한 살 생일 즈음에... (0) | 2008.11.16 |
어떤 에필로그 (0) | 2008.11.02 |
친구 명희에게 (0) | 2008.10.18 |
관념적인 너무나 관념적인 우리의 사과나무는.... (0) | 2008.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