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

해선녀 2008. 11. 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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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높은

 실존의 나무 꼭대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빠알간 감홍시 하나 보셧나요?

 

그 옆에  앉아 있는

작은 새 한 마리는요? 

 

그 옛날,

기찻길 너머 시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다가

동생은감나무 위에 올라가

새는 날려 보내고

그 감홍시를 따먹엇지요.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

배를 타고 하바나를 떠날 때... 

 

나는 그 나무에 맨 그네에 앉아

언니 오빠가 부르던 저런 노래들을

뜻도 모르고 흥얼거렷지요.

 

 

 

불 밝던 창에 어둠 가득 찻네... 

잔잔한 바다 위에 저 배는 떠나가고...

 

노래 이름들은 다 잊엇지만

지금도  그 곡조가 너무도 사무치는

저런 노래를 부르면 

나는  그 나무가지 위에 간들간들

앉아 있는 새가 되지요. 

 

 

 

아버지가 사다 주신,

그네 위에서 졸다가

떨어트려 고장났던 그 새 

 

이젠 빠알간 감홍시도 

더 이상 탐내지 않고 

빨간 목덜미  노란 가슴 초록빛 날개

그 예쁜 목소리도 다 잃엇지만

 

그대에게로 날아 다니던

그 길만은 잊지 않은 그 장난감 새

 

 

 

 

 

 

********* 

 

지난 글: 장난감 새

2006.02.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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