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친구 명희에게

해선녀 2008. 10. 18. 00:34

  

 

아침에 네 댓글 읽고 나가면서 아, 너는 그렇게 無我에 원래부터 관심이 많앗지 하고 생각햇다. 나보다 먼저 세상 모든 것의 부질없음에 대하여 너는 먼저 깨�고 나에게도 자주 말하곤 햇지...그러면서도 너는 또 眞我에 대한 관심도 남달랏지... 

 

 

 

 

불교의 핵심사상이 無我와 妙有라...'묘'자가 내 모자란 상식으로 우선 묘할 묘가 아닐까, 생각해 �다...그렇게 생각하니 좀 이해다 될 듯해서...저 불호 스님 말씀마따나 무엇이라도 담아낼 수 잇는 그릇이 무라면, 정말, 너의 블로그 이름  I am You, 그대로, 나는 너도 담아낼 수 잇고 이 우주 전체를 담아 낼 수 잇어야겟지...그런데, 나의 저 시, '관념적인, 너무나 관념적인 나의 사과나무는...'에 대한 나의 댓글 중 저 관념에 대한 해설부분에서, 내가 말하려고 햇던저  관념들은 대개 다른 관념들과는  서로 무관하거나 심지어 모순되는 것들이어서 서로를 담아 내기는 참도 어려워 보이지 않더냐... 그러니까, , 당연히,  현실이라는 것은 물론이고 저 관념이라는 것도 허상에 불과하여 實在는 아니라는 거지...저 그릇의 비유대로라면, 관념들은 작은 그릇들이고 그 그릇들을 다 담아낼 수 잇는 큰 그릇이,實在라고나 할까? 

 

그런데, 서양철학적인 저 개념들은 워낙, 불교에서 말하는 저 무아니 진아니 하는 개념들과 동일선 상에서 연관짓기는 쉽지 않은 것 같더라..전자들은 순전히 형이상학적인 논리의 분석이고 후자들은 말하자면 좀더 인간적인 교육이나 수도적 경지의 분석이 아닐까.. .실제로, 저 무아라는 것만 해도, 한 인간이  현실과 관념 사이, 관녀모가 저 실재 사이을 모두 건너 가서 마지막에 다다르는 저 실재의 세계에 도달한 경지가 아닌가 생각하지만, 그건 우리 인간이 완젼히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라고 해야겟지...부처가 아닌 한....'.세상 모든 존재가 곧 부처'라는 말도 잇지만, 그건 모든 현실적 존재의 내면에 관념들이 내재되어 있고 그 관념들은 치열한 논쟁과 합의를 거쳐 종국적으로 최고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잇고 도달해야 한다는, 서양학적으로 말한다면 당위론적인 윤리학에 해당하겟지...논리적으로 현실과 관념, 관념과 실재의 논리적인 사다리를 한 인간이 다 밟아 올라 가서 바로 저 無라는, 무엇이든 담아 낼 수 잇는 그릇을 스스로 만들어 내기에 이르러 하나의  의미있는 무엇, 有를 담아 낸다면 그 아니 아름다운 인생이겟는가...그게 바로 네가 늘 소망하는 삶이 아닌가 한다....

 

 

진리라는 거창한 말에 대해서도,  진리는 동양학에서든 서양학에서든 어떤 고정적인 실체로 존재하거나 파악되는 것은 아니라는 소극적인 정의(사실은,  그 말 자체에 이미 내포되어 잇는) 이상으로, 그러면 무엇이 진리인가를 적극적으로 말해 주는 어떤  구체적인 명제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아무 말도 할 것이 없지...단지, 마치, 저 관념의 사과나무를 조그만 묘목 하나에서부터 영생불명하는 어던 사과나무로 다 상정할 수 잇듯이, 우리는 끝도 없이 그것을 찾아 가는 노종에 잇다는 말을 할 수 잇는 것 외엔...그래도 그 길이 삭막하지만은 않아서, 가는 길 걸음걸음 들국화도 몇 송이 따고 향기도 맡고 산들바람도 쇠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행하는 친구도 만나 위안을 얻고 대화도 나누는...그저 그 기븜을 위해 우리는 사는 것 아닐까... 

 

겁도 없이, 어릴 적부터 인생의 목적은 오로지, 인격을 수양하여 道를 닥는 것일 분이다고 굳게 믿어 왓던 나엿지만, 이렇게 말하니 부끄럽네, 사실,  이제, 道도 아니고 道가 아닌 것도 아니고, 어중간 노정에서 누가 보아도 별 볼일 없는 초라한 노인네 한 사람으로어슬렁거리고 잇음에 이르럿으니, 뭐 중뿔나게 道가 어쩌니 無가 어쩌니 실재가 어쩌니  떠들 이유도 힘도 없고 ..차라리, 사과나무 이야기나  하는 게 제격이겟지 한다. 그러고 보니 어릴 적 우리집 마당에 잇던 감나무가 생각난다. 너무나 관념적인 감나무라고 할 걸 그랫나?  너와 내가 함께 들어 갔엇다고 네가 기억해 준 그 변소 앞의 그 큰 감나무...그래도 그 감나무가 제일 큰 나무여서 거기에 매어 놓은 그네에 나는 맨날 앉아서 백일몽을 꾸곤 햇는데, 요즘 누군가가 그러더군.감나무 가지는 참 약해서 잘 부러진다고...그 나무가지가 부러진 ㅓㅈㄱ은 없엇고, 내가 거기 앉아 졸다가 떨어진 적은 잇엇지...ㅎㅎ

 

 

 참, 어제 우리 불로그 친구들을 만나서 저녁을 함께 햇는데, 내가 또 꿈이야기를 햇지. 어느 호숫가에 친구들과 함께 둘러 앉아 노닥거리다가 멀리 보이는 언덕 위에서 햇살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백옥의 마리아상을 보앗던 꿈...양반과 치구들이 부축하여 겨우 일어나서 한참 숲길로, 가로수가 이어지는 흙길로 계속 걸어 가다가, 저 종교의 길로 가자 하면 적어도 지금은 택도 없을 울양반이 왼족 길로 가버렷는데 나는 오른족길로 들어서서 어느 신부님과 순교자 동상 밑에서 환담하며  어서 놓치지 않게 저 양반을 뒤따라 갈 생각만 햇던 꿈...블로그 친구들이 명희 너를 따라 성당에 다닐 굼 아니겟냐고 언듯 해몽해 주엇는데, 그러냐? 넌 지금 불교 이야기를 하고 잇는데? ㅎㅎ 그래도, 지금이라도, 어떤 종교에 귀의하면 새로운 有로 다시 태어날 수 잇을까? 묘하고 묘하도다...뭐, 그런 소리 나올 만한 인생이 나를 기다리고 잇겟나마는 남은 인생, 그저, 끝까지 무엇인가를 더 알아 내고 찾아 내는 재미는 잇어야겟지...남보기엔 별볼일 없는 어줍잖은 것이더라도...

 

26일, 일요일날, 나, 대구 간다. 동생네 결혼식 끝나고 오후 늦게나 저녁에 너 볼 수 잇겟니? 정희도 대구 잇으면 같이 보고잡다...우리 또 실컷 수다 좀 하자...술도 한 잔 하면서...너는 술도 못하냐? ㅎㅎ 내 밤늦게 서울 와도 좋고 수다정 못끝내겟으면 어느 찜질방에라도 가서 밤새 또 쥐께고 아침에 올라 와도 좋고...형제들이다 모여서 즐거운 시간 가지게 될까도 생각해 보지만 글쎄, 다들 바빠서 또 종종거리며 당일로 상경할 것 같다. 다들, 나름대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최고의 걸작품을 만들어 내는 예술가들이 아니겟니...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