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관악산 자락에 사는 이유

해선녀 2005. 2. 19. 11:19

 

 

 

관악산 자락을 놓지 못하고

늘 끼고 사는 이유를 말해 줄까?

진종일 도심을 떠돌다 

산봉우리를 바라 보며 올라 오다 보면

엄마 치맛자락 잠시 놓고

저자거리를 나부대다 돌아 오는

아이 같은 거라, 내가.

저녁상 치우고 자리에 누우면

산은 맥박과 숨을 내게 맞추지..

엄마 치맛폭은 늘 풍성하지만.

다독이며 내게 귀를 기울여 줄 때,

마른 목줄기에 거친 손등의 힘줄 위로

어렴풋 보이는 그 세월

입산의 경지 같은 건 난 몰라.

자주 엄마 품속은 잊어버리지만

돌아오면 등기대고 무릎 베고

깊은 잠에 빠져 드는

속없는 아이쯤은 된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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