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12월

해선녀 2004. 12. 16. 20:32

 

 

오늘이 벌써 멏 번째인가?

갈까 말까, 망서리다 또 나선다.

한 잔 두 잔 몇 순배 돌고 나면

어느새 또 그 놈의 갑론을박

객기와 오기에 유모어를 듬뿍 넣어

세상사 한 도마 위에 놓고 결딴을 낸다.

주저리 주저리 쏟아내는 사람이나

꿔다 논 부릿자루처럼 듣기만 하는 사람이나

그림에 한 자리하기는 마찬가지

올해도 그리 달라진게 없다.

지금 이대로만 가게 해 주소. 

치기어린 농담 속에 건배 또 건배

휘청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12월의 쪽달이 나를 따라 온다.

누구라도 다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두운 낯빛의 외국인 노동자의

구부정한 어깨가 안쓰럽다.

그는 아내에게 무어라도 좀 보냈을까?

올해는 당신들에게 가혹했어도

내년엔 부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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