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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아.
잦아드는 낙업을 밟으며 엄마 저고리 앞섶 같은 산자락을 아이들처럼 파고 들 때 그 때 말야. 막 옷을 다 벗은 그 나무들처럼 우리 가슴 속에도 물관 같은 무엇이 비워져 가지 않던?
변하는 자신조차 즐기게 해주는 변하지 않는 그 무엇에 대한 마지막 믿음 같은 그 무엇, 자기애랄까, 인간애랄까, 대단한 이름은 모르겠는 그 무엇이 다시 차오르지 않던?
우리들보다 먼저 맑은 산공기를 비집고 올라와 마른 풀섶 아래 반짝거리며 모여 서 있던 서릿발들도 눈물나게 아름답던, 겨울 초입, 그 산책길에서 말야.
* Erik Satie Websi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