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지 생시인지,,
이른 아침에 강가로 갔습니다.
누구는 하얀 모자에 은방울을 달고,
누구는 빈 잠자리 망태를 맨 채로,
아직 잠도 깨지 않은 강아지도 따라 왔습니다.
강물은 우리를 깊이 깊이 보듬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는데
고운 아침 햇살이 반짝이며
은빛 융단처럼 우리 위를 덮었습니다.
바다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누군가가 우린 고래를 만나러 간다고 했습니다.
우뢰소리를 내며 강물이 곤두박질치더니
정신을 차려보니 우린 모두 바닷속
고래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제 저녁 숲에서 숨바꼭질하다가
먼저 집으로 가버렸던 그 술래 아이도
거기에 먼저 와 있었습니다.
나는 덤불 속에 숨어서
그 애를 기다려다가 울어버렸는데.
우리가 졸졸 따라 다니던 금달래,
그 미친 아줌마도 있었습니다.
돌팔매질을 피해 푸른 다리 밑에서
사랑에 가득 찬 눈빛으로 젖을 물리던
그 아기도 고래가 되었을까?
우리는 서로 몸을 부비면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반가워요, 반가웠어요.
그런데, 우리는 이제 또 떠나야 해요.
그렇게 빨리 헤어져야 해요?
하늘 위로 물을 뿜어 올리면서
슝, 슝,고래들이 수면 위로 솟아 올랐습니다.
일렁이는 물빛이 점점 더 멀어져 가면서
우리는 더 깊은 바닷속으로 헤엄쳐 들어갔습니다.
누군가가 우리도 곧 저렇게 하늘로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바닷속은 엄마 품속처럼 따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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