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졸랑졸랑졸랑 따라 오며
나 잘 하고 있죠? 춥지 않아요.
연신 나를 올려다 보며 보조를 맞춘다.
시장길은 의례껏 저도 가는 줄 알고 난리치는 녀석
가끔씩 격려의 눈빛만 주며
달려 오는 차를 피해 끈을 조아 쥐고
골목 양쪽의 차들 옆으로 바짝 붙어 걷는다.
손 끝에 매달린 검은 비닐 봉투들이
너의 코 앞에서 대롱거리는 게 미안하구나..
언 손가락이 끊어질 듯 아파 오지만
어디 마땅히 내려 놓을 데가 있어야지.
우리 이렇게 걸을 수만 있어도 그게 어디냐.
발밑의 길바닥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골목끝 하늘의 노을빛도 더 고와진 것은
이제 곧, 봄이 멀지 않았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