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봄이 멀지 않았음이야

해선녀 2006. 1. 24. 09:47

 

 

너는 졸랑졸랑졸랑 따라 오며

나 잘 하고 있죠? 춥지 않아요.

연신 나를 올려다 보며 보조를 맞춘다.

시장길은 의례껏 저도 가는 줄 알고 난리치는 녀석

가끔씩 격려의 눈빛만 주며

달려 오는 차를 피해 끈을 조아 쥐고

골목 양쪽의 차들 옆으로 바짝 붙어 걷는다.

손 끝에 매달린  검은 비닐 봉투들이

너의 코 앞에서 대롱거리는 게 미안하구나..

언 손가락이 끊어질 듯 아파 오지만

어디 마땅히 내려 놓을 데가 있어야지.

우리 이렇게 걸을 수만 있어도 그게 어디냐.

발밑의 길바닥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골목끝 하늘의 노을빛도 더 고와진 것은

이제 곧, 봄이 멀지 않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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