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바람이 불더니 지금 오후 늦게야 조용해졌습니다. 나갔다 들어오니 검둥이 녀석이 심술이 났는지 멀뚱히 나를 쳐다만 보네요 비스켇과 차 한 잔을 들고 발코니로 나가 장난을 쳐주었습니다.
그렇지요. 사랑이지요. 덧없는 것에 대한 덧없는 사랑. 나는 예술하는 분들은 무조건 좋아합니다. 아무 것도 알지도 못하지만 덮어놓고 사랑합니다. 당신이 셔터를 누르는 그 짧은 시간, 순간 속에 영원의 빛자락을 붙드려고 애쓰시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신이 우리에게 영원한 것을 사랑하라 하였지만 우리는 덧없는 육체라는 배를 타고 은하수를 건너야만 그 영원을 만날 수가 있지요. 신은 그러나, 그 배에 동승하고 있습니다. 은하수의 그 작은 별들마다에도요.영원함은 허공에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시랍시고 끄적거려서 여기 저기 디밀기 시작한 것이 일년이 넘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던 많은 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내가 배가 되면 너는 별이 되어 주고 네가 배가 되면 내가 별이 되어 주는, 그런 별들을요.
그러나 나는 언젠가, 그 별들과도 헤어질 날이 올 것을 두려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양이면, 만나지 말 것을...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요. 처음 얼마 동안은 컬럼의 글들을 읽으면서, 싸이버는 그래서 좋구나.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므로. 어차피 내 눈이 영 안보이게 되면 만나지 않았음이 서로 다행이라고 생각될 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그 별들 속의 또 다른 별들, 예쁜 사진들이 올라 와도 마음을 다 내주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았지요. 내가 곧 보지 못하게 될 것들, 꽃과 새와 나무들마저도 그런 아슴한 체념을 바닥에 깔고 곁눈으로 보았습니다.
시어머니께서는 털 날리고 성가신 개를 키우는 우리를 처음에는 못마땅하게 여기셨지요. 어머니는 그러셨어요. 그 개를 키우다가 나중에는 어떻게 헤어지려니? 만남은 쉬워도 헤어지는 건 어려운 일이란다. 우리가 어머니와 처음 함께 살았을 때는 마당집이어서 커다란 마당개를 키우고 있었어도 그러시지 않앗는데, 아파트에서까지 털 날리고 성가신 개를 키우고 있엇으니...
그러나, 어머니는 곧 달라지셧지요. 하얀 페키니스여서 페키라고 불렀는데 눈부시게 하얗고 바보같고 천사같은 넘이었지요. 저는 다른 개를 키울 때보다 더 정성으로, 앉아, 서, 기다려, 뒤집어는 물론이고 소파에 기대어 놓고 일어서를 가르쳤지요. 곧 제 혼자서도 서 있었어요.
어머니는 눈이 유난히 크고 코가 납작한 그 녀석이 두 팔을 들고 기대지도 않고 서 있는 귀여운 모습을 보시면서 어머니 방으로도 불러들여 웃으시며 먹을 것을 주시고 일어서를 시키셨지요. .나중에는 어머니 침대 위에 재우시고 어머니의 버선을 몇 켤레 물어 뜯도록 그 녀석과 발장난을 하셨지요. 녀석이 흥분해서 오줌을 싸도 어머니 방의 그 아끼시던 걸레로 닦으셨어요.
원래 정이 너무 많으신 분이셨지요. 큰 개만 좋아하던 남편도 친구처럼 점잖고 착한 그 재롱꾼을 좋아하게 되었지요. 어머니는 나와 함께 녀석을 데리고 산책 나가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산책 길에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런데, 산책을 못 데리고 간 어느 날, 수퍼에 데리고 나갔다가 그 개를 기어이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산책로를 쏜살같이 달리기를 하도 좋아해서 그 날도 보도 위를 달려가는 것을 그냥 두었는데,, 어느 새 없어져 버린 거였어요.왼발, 오른발을 구별하기 시작했을 때였지요. 아파트 게시판에 광고도 붙여 보았지만 찾지 못하였습니다. 목에는 이름과 전화번호를 달고 있었는데도요. 누가 탐내서 데려 갔으면 잘 키워 주기를.... 종내는 차라리 그리 바랐습니다.
나는 이제, 그렇게 덧없이 흘러가는 너무도 덧없어서 더욱 아름다운 은하수의 별들과 진짜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 은하수는 나에게 더 이상 싸이버만이 아닌. 살냄새 나는 실체들로 다가온 것이지요. 뱃전에 별이 다가와 반짝일 때 행복한 회한에 가득 차곤 했습니다. 그 개와 우리들과 또 많은 이별해야 할 살냄새 나는 만남들을 마지막까지 사랑하시려고 마음 돌리셨던 어머니처럼요...
그 어머니가 지금까지 사셨더라면...지금은 무어라고 말씀하실까요? 덧없음이지요. 그 덧없는 아름다움, 덧없는 사랑....나는 지금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세상을 이만큼 보았음에 감사하면서요. 신앙은 아직 미미하지만 요즘은 한인교회에 가서 이런 노래를 부릅니다..
God is so good,
God is so Good,
God is so Good,
Is so good to me!
둘러서서 손잡고 그 노래 부를 때, 눈물이 납니다. 이만큼 노저어 온 배와 이만큼 흘러갈 별이 되게 해 주신 하나님에게 감사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