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만 년에 걸쳐 형성되었다는, 그러나, 아직도 그 시원을 알 수
없다는 그립고 그립던 플로리다의 와칼라 스크링으로 갔습니다.
젊은 시절, 비키니차림으로 물가를 찰방거리다가 커다란 고무
보트를 스프링 깊숙이 저어 들어가서 띄워 놓고 그 안에 드러누워
떠도는 구름을 바라보던 곳, 그 맑고 깊은 물 속 푸른 수초들 사이로
자맥질하면서 수영을 하던 곳, 강물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흘러
가다가 숲으로 나와서 눈부신 하얀 집의 인적 없는 아치 문들을
바라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던 곳
깊은 밀림으로 강을 따라 흘러 들어가면. 따 햇살 아래 게으른
악어들이 나무 등걸 위에 줄줄이 와 누워 있고 애닝고 새들이
뱀처럼 길게 물속을 날다가 배쓰 한 마리씩을 입에 물고 나와 알아
듣지 못할 온갖 소리로 물과 숲을 흔들던 곳, 그 신비의 원시림
스프링에서 흘러 나온 강물에는 페티코트를 받쳐입은 귀부인들
같은 싸이프러스 나무들이 여전히 아랫도리를 수면 위에 띄우고
스페니쉬 모쓰를 쇼올처럼 가지마다 너울거리면서 아직까지도
그 때의 무도회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모터를 끄자, 아, 요란한 유람선 소리에 꽈악, 꽈아악 마주
소리치던 그 새들이 그림처럼 조용해졌습니다. 칠흑같은 정적이
흘렀습니다. 깊은 삼천만 년의 정적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불현듯, 저 백두산 천지 못에서 물살을 가르는 괴물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하늘을 가리던 적송 사이로 부는 유황냄새 가득
찬 바람 내음도 맡았습니다. 내 망막에서 아련히 영점으로
사라져 간 악어의 시야로 백두산 그 너른 천지가 떠올랐습니다
아, 저 애닝고 새들은 시원과 시원 사이를 날아 왔던 게야.
그 천지못에서 흘러내리던 장백 폭포수가 그리워서,
싸이프러스의 펼친 치마폭 아래에서 그 소리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인 게야. 그런 게 틀림없어 쏴아 쏴아 쏴아,
장엄하게 내려 꽂히던 그 폭포의 소리를 붉고 푸른 옷을
입은 온갖 피부의 사람들이 그 정적 속의 새들과 다 함께 듣고
있었습니다.
스프링의 멀고 먼 전설 속을 나는 어느 새 아메바가 되어 헤엄쳐
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나무뿌리 밑을 흘러서 내 지느러미를
스치는 물소리는 엄마의 자궁 속처럼 얼마나 신비롭던지요
아, 천지의 밑바닥이,금빛 태양이 물결치는 동해를 거쳐 여기
플로리다의 깊은 스프링을 뚫고 올라와솟아 나고 있는 것이구나.
그렇지, 시원과 시원은 연결되어 있었던 것을. 저 속으로 계속
거슬러 가면 바이칼 호수까지 가닿을 수 있을 지도 모르지 수면
위로 떠오른 춤추는 싸이프러스들,그 치맛자락 밑에서 내가
헤엄치고 있었던 것은 겨우 내 젊은 시절도 아닌, 그 삼천만 년
중의 먼 어느 날이었을 지도 몰라....
잠시, 상념에 잠겼던 사이에 정적 속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움직이지 시작하고 유람선에서 내린 나는 알록 달록 예쁜
물고기들이 되어 버린 디지털 카메라를 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또 한 마리의 낯선 물고기가 되어 그 삼천만년 중의
알 수 없는 어느 바위 빈틈을 빠져 나와 햇빛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있는 알지 못할 곳으로 헤엄쳐 갔습니다. 이제
어느 바위 틈으로 헤엄쳐 들어가서 어느 시원으로 나가게
되는 걸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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