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오동나무 밑으로 오는 그대여

해선녀 2004. 2. 1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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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오동소리 듣노라.  

오동나무 밑에 앉아  

님 오시나 기다리면서

나 오동잎 지는 소리 듣노라.

 

 

내가 내 소리에 취해

잠이 들었다고 하지 말라.

 

나는 분명 그대의 목소리

오동의 둥근 천장과 벽

울리면서 내 안으로 감겨 오는

그대의 목소리, 발자국 소리를 듣노라.

 

내 눈길 닿는 곳 그 곳까지

활시위처럼 탱탱하니 당겨진 현,  

현의 진동이 물결치노라.

 

나는 그대의 소리를 안는다, 그대의

눈빛을 그린다, 나는

그대의 숨결을 만진다, 나는

그대의 마음을 핥는다.

 

아, 그리고 그대의 몸둥아리를

밀쳐낸다, 기어이.

 

그대여

오동나무 밑으로 오는 그대여.

흘러가는 보라빛 꽃물결 타고, 그대 

오늘도 노래를 부르는구나,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구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0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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