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그 노인이 사는 법

해선녀 2004. 2. 14. 07:11

 

 

 

 

 

밤은 짧아지고 날은 길어져

 

솔갑 한 짐 지고 나갔다가


간고등어 몇 마리 받아 온 저녁


 


소주 한 잔에 마른 기침 서너 번


먼지 덮힌 세간살이 나부랭이야


무에 그리 중하겠는가마는


 


삽작문 열어 둔 채


호롱불 내리고 누웠으니


너른 마당 잡풀에 잦아드는


밤비 소리에 잠 못드네.


 


빈 외양간 곁 장독대 옆에


황금색 나리꽃 하나


주근깨 퍼부은 얼굴에


꽃가루 온 얼굴에 퍼져


 


아침이면 이제 더는 곱지 않을까,


그것이 아쉬울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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