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시월은

해선녀 2005. 10. 2. 17:00

 

 

 

시월은,

비로소 더운 물관 속 수위가 내려 가는 계절

빈 늑골 밑에서 찬 바람이 가득 차올라 와도 이젠 더 이상

중환자실에 SOS를 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미로와도 같은 병원 복도, 그래, 그런 것이 우리 삶이라 해도

그대와 길이 어긋난다 해도, 그래 그래도, 한들한들

병원 밖 신작로를 따라 나설 수 있을 것 같은 계절.

 

 

시월은,

동짓달 저물녘 스산한 바람 한 줄기에 또 다시 

병실 창문은 흔들리고 사위는 더 빨리 어두워져도,

그래, 적어도 그 때까지는, 싸아하니 아린 가슴도 챙챙

붕대로 잘 동여매고, 천천히 오래 걸으며, 그래, 그렇게,

그대도 나처럼  잘 견디며 지내려니, 믿고 싶은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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