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어서 무엇이 될까.
꽃이 될까 나무가 될까, 물고기가 될까.
새도 되고 싶고 바람도 되고 싶고
강물도 되고 싶고 바다도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무엇이 되어도 좋다.
물고기라면 투명 물고기처럼
존재란 그 어떤 무엇도 아니고
그 표면에 언듯언뜻 비치기도 하고
그 안에서부터 얼비쳐 나오는 어떤 빛,
그 어떤 빛이 아닐까.
때로는 불그스름하고 때로는 파르스름한
연약하더라도 결코 꺼지지 않는 그 빛,
자신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빛들을 즐길 줄 아는
나는 단지, 그런 무엇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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