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오월 초입에 / 스케일 연습 2

해선녀 2016. 5. 2. 09:13

 

 

 

애초에, 연습없이 태어나

연습없이 제멋대로 살아 왔던 사람이

눈어두워 나이 칠순이 되면서야,

잘 사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잘 죽는 연습이기도 하지.

 

지하철 계단을 스케일 연습하듯

비틀거리지 않고 오르내리는 연습,

타고 내리는 위치와 환승통로와 출구까지 

부드럽게 잘 이어 나가야 한다. 

 

내 부실한 눈을 믿기보다 

느낌과 소리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자. 

서서 가면 운동연습, 앉아 가면 잘 쉬는 연습.

한 치 앞도 못보는 게 인생이라지만

세상의 모든 소리들 속에서

자신이 내고 있는 소리도 잘 알아 들어야 한다.

 

게단을 오를 땐, 채워지는 기쁨

내려 올 땐, 잘 비워내는 기쁨.

오직, 고르고 단순하게.

 

온천지가 꽃향내로 가득한 속에서

꽃보다 더 아름다운 친구들을 만나고 온 

오월의 찻날도 꿈결처럼 흘러가고,

빛나는 오월의 계단들 위로

내 더딘 발길도 조심조심 옮겨 가 보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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