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연습없이 태어나
연습없이 제멋대로 살아 왔던 사람이
눈어두워 나이 칠순이 되면서야,
잘 사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잘 죽는 연습이기도 하지.
지하철 계단을 스케일 연습하듯
비틀거리지 않고 오르내리는 연습,
타고 내리는 위치와 환승통로와 출구까지
부드럽게 잘 이어 나가야 한다.
내 부실한 눈을 믿기보다
느낌과 소리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자.
서서 가면 운동연습, 앉아 가면 잘 쉬는 연습.
한 치 앞도 못보는 게 인생이라지만
세상의 모든 소리들 속에서
자신이 내고 있는 소리도 잘 알아 들어야 한다.
게단을 오를 땐, 채워지는 기쁨
내려 올 땐, 잘 비워내는 기쁨.
오직, 고르고 단순하게.
온천지가 꽃향내로 가득한 속에서
꽃보다 더 아름다운 친구들을 만나고 온
오월의 찻날도 꿈결처럼 흘러가고,
빛나는 오월의 계단들 위로
내 더딘 발길도 조심조심 옮겨 가 보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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