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지가 길면 감성이 예민하다더니,
길기만 하면 뭐 해, 힘이 없는 걸.
4지와 5지 사이에서 꼭 버벅거린다.
애초에 손가락의 분화가 미완성이었던지,
말초에서부터 이미, 굳어가고 있음인지,
자판도 쌍시옷을 자꾸 시옷으로 치더니
4지는 무너지고 5지는 잘 벌어지지 않아
네츄럴과 샤프 사이에서 음이 자꾸 실종된다.
비밀번호를 아주 길게 하나 만들어
당신에게로 로그인할 때마다
자판에서 스케일을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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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고르게, 편안하게, 자유롭게.
심장에도 이미 결절이 생겼는지
찌딱찌딱, 항심이 없다.
평균율이 안되는데 자유는 무슨?
그래도, 가슴밑에서 나비 한 마리 기어 나와
날개끝을 떨며 날아 오르려는 안간힘이 애처럽다.
4월은 역시, 잔인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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