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이 되어도
정쟁이 그칠 줄 모르는 티비를 꺼버리고
바이얼린 통을 들고 서면
나도 순하고 여린 구절초가 피어 있는 마당 한 쪽에서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는 나무 한 그루가 된다.
저 새는 힘을 쓰는 것보다 힘을 빼야
더 잘 날 수 있다는 걸 언제 알았을까?
나는 아직도, 저 정치꾼들 못잖게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깽깽깽, 삑삑삑,
활을 눌러대며 소리를 구걸하고 있는데 말이다.
내 마른 가슴에서 뻗어 나온 힘줄들의 끝,
내 손가락들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엷어진 가을햇살에 그잖아도 바스라져 가는 잎맥들을
굳은살이 베기도록 누르며 다그치고 있다.
아, 이 고질병. 나도 힘만 뺄 줄 알면,
이슬이 내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그 이슬방울들이 내 가슴을 적시며 오르내리는 물관을 타고
흙속 내 뿌리들이 내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을.
그리하여, 언젠가, 내가 부르지 않아도
새들이 내 어깨 위에 무시로 날아와 앉아 노래하고
내 노래도 행복해 하며 들어 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