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좋다.
바람에 살랑이는 너의 잎들도 좋고
새들이 앉아 지저귀는 너의 가지들도 좋고,
버티고 섰던 내 젊은 날같은 너의 기둥도 좋고
대지에 뿌리 박고 선 네가 나는 좋다.
너의 그림자도 나는 좋다.
새소리마저 그친 한낮의 땡볕을 이고도
처음 왔던 곳에서 다시 떠나기 위하여
흘러가는 네 안의 물소리가 땅을 적시고
나를 적셔 주는 네 그늘이 좋다.
나무라는 이름만 들어도 나는 좋다.
나무라는 말을 누가 처음 했을까?
Tree는, 햇빛에 반짝이며 살랑대는 이파리들,
바이얼린의 트릴처럼 예쁜 말이지만,
나무라는 말은, 나아- 므우-, 나아무우--,
뿌리에서 울려 오는 거문고의 명상을 닮았다.
나 이제, 뿌리에로 돌아가리라.
너 앞에 서서 천상병처럼 나도 빌어 본다.
뭇 이파리들의 반짝임에 내주었던 눈을 이제 감고
뿌리의 낮은 읊조림에 귀기울이기를.
침묵의 소리에 귀가 열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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