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나는
이 세상이 빗물로 연결되어
다 한통속이 되는 느낌이야.
세상이 거대한 하나의 어항이 되고, 우리들은
그 속을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이 되지.
집들은 그 어항속에서 너울너울 춤추고,
나무들은 수초들처럼 흔들리고,
물살을 일으키며 초가지붕 옆 물레방아가
너와 나 사이, 기류를 흔들고 있을 때
나는 그 초가집 안에서
팔베개를 하고 큰 눈을 꿈벅이면서
쉼없이 기포를 터뜨리며 돌아가는
물레방아 소리를 듣고 잇다네.
태양은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내 얼굴
초가집 바깥을 지나는 너의 가슴 지느러미가
나의 옆구리를 스치지 않아도,
네 지느러미들이 물살을 가르는 소리만 듣고도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나는 다 알지.
햇빛이 쨍쨍할 때보다도 비가 올 때,
이 어항 속 모든 미트콘드리아들이 들어 온
시원의 소리까지도 옆집 아가들의 웃음소리처럼
더 짜릿하게 전해져 오고, 나도 그 한 미물로
숨쉬어 왔음에 더 안도한다네.
그 옛날, 엄마의 자궁 속에서 눈을 감고
신과도 같은 엄마의 목소리를 듣던 그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