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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그대와 나 사이 나이란, 낮에는 흐르는 구름 같고 밤에는 무수히 반짝이는 별 같은 것. 계곡의 아침에 눈을 뜨면, 청남빛 깊은 하늘에 부드러운 구름 몇 점 주름지고 가난해진 그 손 내밀어 한 웅큼 솜사탕같은 그 구름을 따다가 내 입에 물려 주는 그대 기슭을 타고 살금살금 저녁이 내리면 하나, 둘 깨어나는 별, 별, 별, 행여, 그 별 하나라도 떨어트릴까, 나, 고이 따다가 그대 목에 걸어 드리리.

카테고리 없음 2020.08.31

참자유인

참자유인. 누가 옆에 없다고 외롭고, 모여든다고 외롭지 않은 게 아니라는 김훈. 끝없이 열려 있는 자기성찰의 노정. 나도 감히, 인생의 목표가 그것이라고 늘 믿어 왔지만, 그 목표를 언제까지 놓치지 않고 갈 수가 있을까? 친외가 다해서 집안에서 아직살아계시는 유일한 윗대 어른, 시이모님. 만92세. 내게 늘 전화하셔서,그 동안 어렵게 살아 오시면서 켜켜이 쌓여 온원망과 서러움과 회한의말씀을 쏟아내신다. 말 그대로, 백번도 더 듣는 옛이야기들을계속 반복하시는 것을 들으면 그 굳어버린 사고와 감성의 쳇바퀴를 못벗어나는 모습이 정말, 연민스럽다. 그옛날, 어머니도 그러셨다. 그래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당장 그 문을 열고 나와서 새로운 행복, 누구에게도 더 이상, 매달리지도 끄달리지도않는자유로운 영혼을 회..

카테고리 없음 2020.06.23

꿈, 망막

어젯밤엔 방뚝에 서서 잔잔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 보았다. 아, 여기가 신천? 우리집앞 그 신천? 군데군데 드러나 있던 모래톱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 물이 불어서 물 속에 잠긴 거지. 소금 쟁이들이 기어 다니고 작은 풀들이 여기 저기 솟아나 있던 , 내가 개헤엄으로 건너가 돌맹이들로 성을 지어 어린 물고기들을 잠아 가두던 그 모래톱. 소금쟁이들은 가둬 봤자, 다 기어 나갔지. 꿈에 물을 자주 보는 건 왜일까? 그 전엔, 험한 바위산을 끝도 없이 기어 오르는 꿈도 자주 꾸더니, 요즘은 그런 꿈은 잘 없네. 이젠 더 이상, 불안할 일도 없이 사람이 늘어져서? 발 아래를 보면 맑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지. 이젠 그 물이 저렇게 편편히 흐르는 강물이 되었단 말? 곧 바다에 도착할 때가 다 되었단 말? 바위..

카테고리 없음 2020.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