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여름을 떠나 보내고
해선녀
2004. 9. 6. 12:10
9월의 초입,
남도의 끝, 바닷가 마을로 갔다.
가느다라니 실눈을 뜨고
까페의 창으로 내다 보는 바다
수면 위를 달음질쳐 가고 있는 빛살
아, 저것은 여름의 마지막 모습
떠나는 여름 바다의 여장을
미쳐 챙겨 주지도 못하였구나.
무엇을 싸 보낼까, 주춤거리는 사이에
누렁 호박 한 덩이, 마른 표고 한 봉지를
더 내려 놓고 일어서는 여름
그 모습 다 올려다 보기가 차마 민망해
블라인드 사이사이 손등에 내려 앉는
햇빛 서너 줄기만 내려다 본다.
새삼스럽게, 그러나, 더욱 각별하게,
악수를 나누고 서둘러 쫓아가는 바다
쌓인 회포 다 못나누고 손님을 보낸
아낙이 되어 육지로 들어오는 길
푸른 들판은 여기저기, 서둘러
황금빛 밥상들을 꺼내 놓으면서 벌써,
가을 잔치 준비에 부산해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