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낀 숲에서

산다는 건

해선녀 2006. 10. 30. 18:23

 

 

 

나를 못찾은 건 네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인지도 모른다.

나는 여태 장독대 뒤에서 혼자 잠든 채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못찾겠다 꾀꼬리

언제나 숨박꼭질을 하다 말고

장독대 뒤에 숨은 나를 잊어 버리고

다들 집으로 돌아가버린 줄 알았는데

 

혹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혹은  암팡진 과꽃 한 송이를

내 앞에서 흔들면서 사람들은 말한다.

여기 있잖아, 이게 너야.

 

그런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것 같다.

산다는 건 너와 나 사이를 흐르는 저 음악처럼,

뮤즈의 옷깃이라도 붙들려는 듯

끝없이 나부대는 환상들의 숨박꼭질 같다.